"커피 원액에 물을 타서 먹는 아메리칸 스타일은 진정한 커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커피 본연의 향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유럽식 커피가 진짜죠."

지난 1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의 샌드위치&커피 전문점 '투썸플레이스'매장.스위스 최고 커피 브랜드인 '헤미 앤 바우어' 르네 슐레퍼 사장(56)의 커피 강연이 한창이다. 슐레퍼 사장은 '원두커피 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에 수백년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스위스에서는 물로 희석시키고 첨잔해가며 마시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필터커피'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며 "스위스 가정의 70% 이상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고 하루 서너잔씩 마실 정도로 커피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커피 위에 떠있는 갈색 거품인 '크레마'로,크레마가 많이 떠 있을수록 좋은 에스프레소 커피라고 귀띔했다. 그가 운영하는 '해미 앤 바우어'는 1930년에 설립됐다. '저온 로스팅'의 전통 기법으로 커피를 만들어 스위스는 물론 유럽 지역과 한국,미국,중국 등에도 일부 수출하고 있다. '유럽풍 커피'하면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스위스 커피도 이탈리아 이상으로 전통과 역사가 깊다"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만 봐도 이탈리아는 5㎏,스위스가 7㎏일 정도로 스위스는 커피 애호국"이라고 설명했다.

슐레퍼 사장은 "커피의 품질은 생두,로스팅기법,분쇄기법,커피 추출기 등의 4가지 요소에 따라 제각각 차이가 발생한다"며 "이들 4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커피를 만들어내는 데는 그만큼 오랜 전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스프레소에 '크라파'라는 증류주를 넣어 스위스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코레토 크라파'(Correto grappa)를 직접 만들어 주며 "미국의 스타벅스처럼 덩치를 키운 글로벌한 커피업체로 성장하는 것보다는 193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스위스 커피의 전통을 대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날 커피 강의를 마쳤다.

글=안상미/사진=김병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