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에 자본확충용으로 20조원을 투입하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8%까지 낮추면 은행의 대출 여력이 최대 680조원 늘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신용경색 완화를 위한 긴급 제언' 보고서에서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BIS 비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연구소는 은행의 자기자본 확충을 은행 스스로에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자기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해 신용경색이 심화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은행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해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신용공급이 축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 같은 일을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은행의 자본 확충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보통주 매입 권리가 있는 우선주를 매입해 자금을 지원한 뒤 은행이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보통주를 매입함으로써 경영에 개입하는 방식이다. 연구소는 자본확충펀드 20조원을 전액 은행 자본 확충에 사용할 경우 지난해 9월 말 현재 은행권 평균 BIS 비율(10.9%)을 기준으로 184조원의 신규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또 주택금융공사나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을 통해 은행의 부실자산도 사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캠코가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을 매입하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 PF 연체율이 13.0%로 9월 말보다 3.9%포인트 하락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BIS 비율 규제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BIS 비율은 10% 이상이면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기침체기에는 우량 은행을 판단하는 기준을 이보다 더 낮춰 신용경색을 풀고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들었을 때 다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의 BIS 비율을 8%로 낮출 경우 496조원의 대출 재원이 생겨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