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화성시 현대 · 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된 신형 에쿠스는 제네시스와 많이 닮아있었다. 제네시스와 패밀리룩을 구현했다는 게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에쿠스'란 이름을 계승했지만,구형 에쿠스의 우람한 외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역동적이고 날렵한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이날 자동차 담당기자들을 초청,경쟁 차종으로 꼽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S500L 및 렉서스 LS460L과의 비교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BMW 750Li도 주요 경쟁 모델이지만,시승차를 구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시승 코스는

남양연구소 내에 임시 시승로가 확보됐다. 총 면적 1㎢의 공터에 다양한 차선이 그려졌다. 신형 에쿠스,S500L,LS460L 등이 각각 두 대씩 대기했고,기자들은 3인 1조로 전문 레이서와 함께 돌아가며 운전대를 잡았다. 초대형 럭셔리 세단이란 점을 감안,뒷좌석 시승도 중요 포인트였다.

첫 번째 코스는 차선변경.시속 60~80㎞의 일정한 속도로 차선을 연속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후 일렬로 놓인 장애물을 하나씩 피해가는 슬라럼을 통과했다. 장애물 간격은 일반적으로 20m인데,이번엔 40m로 널찍하게 벌여놓았다. 최고급 세단인 만큼,회전력 등 주행성능보다 뒷좌석의 편안함을 더 눈여겨보도록 만든 배려였다. 슬라럼은 평균 시속 80㎞의 속도로 브레이크를 잡지 않은 채 통과하는 과정이다. 차선변경 및 슬라럼 코스는 한 번 더 반복됐다.

이후 코너를 두 차례 돌아 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체험코스로 접어들었다. 에쿠스를 타고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흰색 차선을 넘자 경보음이 울렸다. 노란색 중앙선을 넘으니 경고등과 함께 안전벨트가 살짝 조여왔다. 차선이탈감지시스템이 작동한 것인데,차선이탈을 색깔로 구분하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에쿠스에 탑재됐다. S500 및 LS460에는 이런 장치가 없었다.

마지막은 일직선 주행코스.300~400m를 급가속하면서 풍절음 및 사운드 등을 체크해보는 과정이었다. 현대차 의뢰로 이번 자동차경주 행사를 주관한 KMSA의 최광년 사장은 "에쿠스 등 대형 럭셔리세단에 대한 평가는 뒷좌석에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쿠스의 경우 최고 시속 240㎞를 경험할 수 있는 고속주행 체험이 별도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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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 렉서스 따라잡은 에쿠스

신형 에쿠스는 3.8ℓ 및 4.6ℓ,5.0ℓ 등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이번에 주로 비교시승한 차량은 주력인 4.6ℓ 모델이었다.

에쿠스 4.6은 승차감 및 정숙성 면에서 벤츠 S500L 및 렉서스 LS460에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신 타우엔진에다 무교환 저소음 타이밍벨트 등을 탑재한 덕분이다. 4600cc 타우엔진은 최근 미국의 자동차 전문미디어 워즈오토로부터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부품이다. 국내에선 에쿠스에 처음으로 장착됐다.

고속 주행 때도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풍절음이 적은 편이었다. 살짝 바람소리 정도만 들릴 뿐이었다. 정숙함의 대명사인 렉서스와 비슷했다.

승차감은 벤츠 S500이 가장 나은 편이었지만,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다만 에쿠스의 경우 고속 주행 때 치고 나가는 맛이 약간 떨어졌다. 최대 토크가 가장 낮게 나오는 탓이다. 에쿠스 4.6의 최대 토크는 44.8㎏ · m이다. S500의 54.0㎏ · m,LS460의 51.0㎏ · m보다 낮은 편이다.

연비 면에선 에쿠스(4.6ℓ 기준)가 ℓ당 8.8㎞로,S500L(6.9㎞/ℓ)보다 우수했다. LS460과는 같은 연비 수준이다.

다만 에쿠스의 경우 인테리어 질감과 크롬으로 장식한 휠이 고급스러움을 다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변속기도 자동 6단으로,S500(7단) 및 LS460(8단)보다 뒤졌다.

◆에쿠스만 뜯어보니

에쿠스만 놓고 보면,구형 에쿠스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면은 강인해 보이면서도 후드에서부터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매끄럽게 떨어졌다. 뒷모습은 무게감이 있으면서 독특한 디자인의 리어램프로 포인트를 줬다. 다만 '커진 제네시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에쿠스 만의 특징이 다소 약했다.

차 문을 열고 좌석에 앉는 순간 운전자를 환영하는 웰컴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 음악은 운전 후 시동을 끌 때도 똑같았다. 스마트키를 갖고 있는 운전자가 차량에 접근하면 아웃사이드 미러에 장착된 퍼들램프가 문 주위를 밝히는 웰컴 라이팅도 달렸다.

센터페시아는 리얼우드 및 리얼알미늄 등으로 마감됐다. 일반적인 우드그레인보다 훨씬 고급스러웠다. 다만 리얼우드와 이를 감싼 플라스틱이 부자연스러웠다.

뒷좌석엔 별도 리모컨이 있었다. 8개의 공기 주머니와 1개의 바이브레이터가 허리와 등 부위를 마사지하는 장치다. 세기 및 속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에쿠스의 사운드 시스템은 수준급이었다.

◆에쿠스에만 적용된 첨단기술

에쿠스에는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13가지 최첨단 신기술이 장착됐다. 세계 최초는 아니지만,국내에선 처음 선보이는 기술들이다.

후진 때 예상 진행경로를 표시해주는 조향연동 주차보조시스템(PGS)과 충돌 직전에 안전벨트를 되감아 승객을 보호하는 프리세이프 시트벨트(PSB),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 등이다.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 재질의 지능형 전조등시스템(AFLS)이 장착됐다. 계기판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로 만들어 속도 등 차량 정보를 입체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이 점에선 S500과 같다. 세계 명차에만 있는 각종 첨단기술을 모두 집약해 넣었다는 게 현대차 이봉환 차량개발 2센터장(전무)의 설명이다.

뒷좌석엔 마사지기능이 달렸다. 자동으로 시트가 움직이면서 레그룸(다리를 펼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는 기능도 장착됐다. 휠베이스(앞뒤 바퀴간 거리)가 3045㎜로,경쟁 모델 중 작은 편이란 단점을 보안해줬다.

화성=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