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미국 내 딜러망을 확대하는 반면 영업이 부진한 일본 법인은 통폐합하는 등 해외법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장잠재력이 큰 러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독자 판매법인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판매위축에 대응,주요 시장별로 마케팅전략을 재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내 5개 관계사 법인 합치고

현대차는 이달 초 현대모비스,현대하이스코,현대오토넷,현대제철,BNG스틸 등 5개 관계사의 일본법인을 통폐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 관계사의 일본법인 간 유기적인 업무 및 비용절감을 위해 통합 관리하는 것"이라며 "추후 서울 양재동 본사처럼 각 일본법인 사무실도 한 곳으로 모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각 관계사 현지법인을 통폐합한 것은 일본시장 확대가 당초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2002년 일본시장에 진출했지만,작년 한햇동안 판매량이 501대(선적 기준)에 그칠 정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각 관계사들과 공동으로 비용절감과 함께 시장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작년 말에는 서유럽시장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이탈리아 법인을 신설했다. 기아차는 이달 말부터 러시아 판매법인을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기아차 해외법인 가운데 미국법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작년 러시아시장에서 8만8300대를 판매한 기아차는 올해 13% 증가한 10만12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연말 미국 조지아공장이 완공되는 것에 맞춰 이달 말 워싱턴지사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딜러망은 대폭 확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내 딜러망을 지속적으로 늘려 최근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한껏 제고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판매 확대로 적극 이어간다는 방침도 세웠다.

현대차는 작년 미국 딜러수를 종전의 787개에서 798개로 11개(1.4%) 늘렸다. GM 딜러수가 6273개로 전년(6653개)보다 5.7%,포드가 3787개로 전년(4056개)보다 6.6%,크라이슬러가 3298개로 전년(3585개)보다 8.0% 각각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년 미국시장이 크게 위축됐지만 딜러망을 오히려 확대했다"며 "빅3 등 경쟁사에서 이탈한 우수 딜러 영입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미국 신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1년 내 실직하면 중고차를 되사주는 '현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개시했고,슈퍼볼 TV중계 중간광고도 내보냈다. 또 글로벌 완성차업체로는 처음으로 타깃고객 등 1000명의 제한된 인원으로만 구성된 웹커뮤니티 '현대 싱크탱크'를 최근 개설했다. 충성도 높은 해외 고객들로부터 품질 및 디자인 관련 조언을 받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기아차는 전방위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딜러 영입 등 해외시장 개척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해외시장 개척비 5589억원 가운데 44%인 2460억원을 4분기에 집중 투입했다. 올 상반기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해외 우수 딜러에 대한 포상을 강화하고 국내외 딜러 전산망을 통합하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조재길/이상열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