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3일 신세계백화점의 부산 센텀시티점 개점을 앞두고 국내 양대 유통 골리앗인 롯데와 신세계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신세계 측은 롯데가 '바잉 파워'를 앞세워 유명 의류 브랜드들이 신세계에 입점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오히려 신세계가 MD(상품배치) 개편을 무기로 내세워 의류 브랜드들에 입점을 강요하고 있다고 맞서는 등 양측이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여성복 브랜드인 '오브제''미샤' 등과 캐주얼 브랜드 '케네스레이디''폴햄''애스크''TBJ' 등 10여개 브랜드가 신세계 센텀시티점 입점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브랜드는 이미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직원교육까지 진행한 상태다. 관련 의류 브랜드 관계자들은 입점계획을 철회한 배경에 대해 "내부적인 이유이며 대외적으로 밝히기 곤란하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측은 롯데를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8만2645㎡)이 기존 롯데 센텀시티점(3만3000㎡)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규모로 들어서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 롯데가 매장 위치 조정,수수료 인하 등 '채찍'과 '당근'을 내세워 의류브랜드들의 신세계 입점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롯데는 최근 샤넬 화장품 매장을 7개 주요 점포에서 철수시킨 점을 부각시키며 의류 브랜드들에 대해 '알아서 잘 판단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가 주요 점포(본점 · 잠실점 · 영등포점 · 부산서면점 · 대구점)의 봄 · 여름 MD 개편을 늦춘 것도 신세계 입점 브랜드에 페널티를 주기 위한 것이란 게 신세계의 설명이다.

반면 롯데는 해운대 상권이 예상보다 크기 않기 때문에 의류 브랜드들이 신세계에서 큰 매장을 준다고 해도 투자비만 많이 들 뿐 매출 전망이 좋지 않아 입점을 주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신세계가 브랜드들에 입점을 하지 않으면 본점 · 강남점 · 인천점 등에서 MD 개편 때 매장 위치를 조정하겠다고 압력을 넣으며 MD 개편을 미루고 있다고 반박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는 신세계가 입점을 강요해 오히려 우리한테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들은 기존 백화점과 인접한 곳에 경쟁 백화점이 들어설 때마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격으로 백화점 간 상권 쟁탈전에 휘말리기 때문이다.

한 의류 브랜드 관계자는 "신규점에 들어설 때마다 한쪽은 유치 작전을,다른쪽은 입점 방해 작전을 펴 이래저래 양쪽 눈치를 보느라 늘 곤욕스럽다"고 토로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