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업시장의 특징은 '경기 불황 심화'와 '잠재적 창업수요 증가'로 요약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본격화된 경기 침체가 올 들어 더욱 악화되면서 창업 · 프랜차이즈 업계에도 한파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자영업자 수가 600만명 밑으로 떨어지고 지난달에도 20만명 가까이 감소하는 등 경쟁력 없는 점포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또 불황으로 기업들의 도산이나 구조조정이 증가하면서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직장인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직장을 떠나 창업전선으로 밀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시장에서는 불황에 강하거나 유리할 것으로 꼽히는 창업 아이템들에 예비 창업자들이나 폐업하고 재창업을 시도하는 자영업자,명예 퇴직자 등이 대거 몰려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격 파괴'과 '매스티지' 전략을 통해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각광받고,무점포 창업이나 소형 점포 창업 등 투자비가 적게 들고 위험 부담이 작은 소자본 창업이 급증할 전망이다. 또 고용시장 붕괴로 늘어나는 창업수요를 겨냥해 1인 창업 아이템이 개발되고 창업에 대한 부담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공동 · 투자형 창업 형태도 증가하는 추세다.

◆소자본창업 · 1인창업 확산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대형 점포보다 소형 점포 창업이 유리하다. 투자비가 적게 들어 실패하더라도 부담이 적고 투자비 회수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인건비 부담이 없는 부부 창업이 가능하고 각종 경비 부담이 적어 매출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텨나가기가 쉽다. 이에 따라 33㎡(10평) 이하의 테이크아웃 · 배달형 패스트푸드점이나 치킨전문점,소규모 분식점,국수전문점,도시락전문점 등 소자본 창업 아이템들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 실업자와 퇴직자,창업에 재도전하는 자영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1인 기업' 지원 방침과 점포형 외식 · 소매업의 경쟁 과열 및 포화상태로 인해 소액으로 창업할 수 있는 서비스 업종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학을 졸업한 청년 실업자들나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전문성과 적성을 살린 '전문직 1인 소호'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컨설턴트나 프리랜서 기술직종,전문집필자,전문강연자,번역가,컨설턴트,코칭전문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하지만 정부의 육성 의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서비스 업종을 제외하고는 1인 기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나 프랜차이즈 등이 미흡해 실제로 1인 창업이 활성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창업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리모델링 · 업종전환 러시

최근 기존 점포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간판과 인테리어를 일부 개선하는 리모델링이나 업종을 전환하는 형태의 창업이 크게 늘고 있다.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점포들이 최소 비용으로 재도전하는 불황 타개책으로 선호하고 있기 때문.일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신규 창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자 예비 창업자보다는 유사한 업종의 점포를 운영하는 기존 사업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아예 창업설명회를 예비 창업자가 아니라 기존 점포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열기도 한다. 리모델링 창업에 한해 가맹비나 인테리어 비용을 대폭 할인해 주는 등 마케팅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공동 투자형 창업 관심

점포형 창업의 경우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과 규모를 앞세워 경쟁력을 갖추는 전략적 창업을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중심 상권에 대형 점포를 갖추려면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함께 분할 투자하고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공동 투자형 창업이 유망한 사업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금에 여유는 있지만 사업 경험이 없는 퇴직자나 고소득 전문직 등이 여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입맥주전문점 '와바',삼겹살전문점 '떡쌈시대' 등이 이 같은 형태의 사업 모델을 내놓고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묻지마 창업'은 금물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투자를 망설이는 예비 창업자들을 겨냥해 창업비를 거의 받지 않는 조건을 내걸거나 '가격 파괴형' 메뉴를 전면에 앞세운 업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처럼 무작정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가격 파괴'나 '창업비 파괴'형 업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경희 창업전략연구소장은 "단순히 초기 창업비가 저렴하다고 '묻지마' 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창업자들도 가격 경쟁력이나 수익성 등을 꼼꼼히 따져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