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주도 산업구조조정 필요"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16일 "개별 기업 구조조정은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더라도 산업별 과잉 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영이행약정(MOU)에 대해서는 점검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해야 하며 금융 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실적 평가 때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위원장과 워크숍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시한을 연말까지 연장하자는 데 전 은행이 동의했다"며 "우리은행은 작년 중소기업대출을 6조6천억원 증액한 데 이어 올해는 6조1천억원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중소기업대출의 만기 연장으로 건전성이 다소 악화될 소지가 있지만 기업이 어려워지면 손실이 결국 은행에 부담을 주게 된다"며 "건전성 유지와 중소기업 지원이 갈등 관계에 있지만 적절한 균형과 조화가 이뤄지도록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2차 건설, 조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올해 충당금 부담이 작년보다 많아지더라도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손실이 없어서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기업 금융 비중이 높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며 "개별 기업 구조조정은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더라도 산업별 과잉 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은 정부 주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실적과 관련 "과거 여러 해 동안 1조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실현했지만 작년에는 2천340억원에 그쳐 부끄럽고 죄송하다"며 "그러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친 조정영업이익은 약 4조9천억원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해 다른 은행과 대등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작년 하반기 금융영업 환경이 2년 전에 비해 크게 변한 상황에서 2분기 연속 MOU 목표에 미달했다고 해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앞으로 2년간 적용할 MOU의 경우 점검 주기를 분기에서 반기로 변경하면 단기 실적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화 후순위채를 조기 상환하지 않은 것과 관련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산금리를 3.45%포인트로 종전보다 1.15%포인트 높인 채 5년간 연장할 수 있지만 지금 외화 후순위채를 발행하려면 10% 이상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의 반발이 있겠지만 법률상 하자가 없으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외국계은행과 국내은행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대졸 초임 연봉을 조금 삭감해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 은행권이 금융노조와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은행권 대졸 초임이 높아서 개별 은행에서도 노사 간 대화를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