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기사입니다. /오후 7시이후부터 나가도록 해주세요>40년간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던 유한양행(대표 차중근)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1969년 조권순 전무가 첫 내부직원 출신 대표를 맡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현 차중근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직원출신 단독대표를 배출하면서 사회공헌도가 높은 기업 이미지를 굳히는 등 성공적인 전문경영체제 모델로 손꼽혀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이번 공동대표체제 전환에 따른 회사 운용방식 변화는 물론 공동대표제의 성패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김윤섭 부사장과 최상후 부사장을 모두 이사로 재선임했다. 또 임기 만료된 차중근 현 대표와 라충균 상무를 이사직에서 제외하고, 오도환 영업담당 상무를 신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따라 유한양행의 이사진은 종전 8명(사외이사 2명 포함)에서 7명으로 1명이 줄어들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유한양행이 차기 경영체제를 공동대표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차기 대표 승계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인 만큼,이사회가 단독대표체제를 염두에 뒀을 경우 부사장 2명중 1명은 이사 재선임에서 탈락시켰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유한양행은 차기 대표를 선임하기 6개월~1년 전 정도에 1명의 부사장을 미리 낙점, 후임자를 내정하는 게 전통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 승계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두명의 부사장이 이사로 재선임됐다는 것은 회사가 공동대표제를 사실상 확정지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유한양행의 공동대표 체제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차중근 대표가 전통적인 방식대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후임자를 1명으로 압축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과정에서 김 부사장과 최 부사장이 맡고 있는 영업과 생산부문 직원간 지지대결 구도가 과열되는 등 '내홍' 조짐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한쪽을 중용할 경우 파생될 수 있는 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공동대표체제를 봉합카드로 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유한양행 안팎에선 지난해 발생했던 일부 약품 공급 차질의 원인이 영업과 생산부문간 '정치적' 알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오면서 공동대표 체제 전환이 일찌감치 점쳐지기도 했다.

업계에선 유한양행이 공동대표 체제로 실제 전환할 경우 영업과 생산 부문 전문가인 두 부사장이 각각 생산파트와 영업파트를 총괄책임지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이사회와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이끌어내는 '집단지배 시스템'으로 운용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부사장은 1976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33년간 영업을 담당했던 영업통이며, 최상후 부사장은 1970년 유한양행에 입사해 현재까지 약 39년간 공장생산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생산통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두 공동대표가 보여준 그간의 경쟁관계를 감안할 때 이사회는 물론 회사의 비공식 경영자문단인 전임 사장단 모임의 의중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유한양행은 내달 13일 주주총회와 첫 신임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 선임안 등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