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이 12일 모처럼 보도자료 한 건을 내놨다. 작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8개월째 중단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상품을 예약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관광 재개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예약판매를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최근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196만명의 관광객이 다녀왔다. 금강산에서 13차례 남북 이산가족들의 상봉도 이뤄졌다. 수치에도 나타나듯 금강산 관광사업은 단순히 한 기업의 영리목적을 넘어서 50년간 닫혀 있던 남북교류의 물꼬를 튼 국가적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현대아산 직원들은 "통일이 됐을 때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걸 인정받는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며 민간 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국가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그랬던 현대아산 직원들이 요즘은 힘을 잃었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지 8개월째로 접어들었다. 개성관광마저 막히면서 회사의 존립마저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현대아산은 한때 1084명에 이르던 인력 가운데 605명을 줄였다. 남아 있는 479명 중에서도 120여명은 임금의 70%만 받으면서 재택근무로 비용을 아끼고 있다. 언제 회사를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처지다.

통일에 기여했다는 오랜 자부심은 고사하고 당장 살림살이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언제 재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4월로 시한을 정하고 예약판매에 들어간 데는 일정 부분 이런 정황이 반영됐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응분의 사과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은 남북간 50년 반목의 벽을 허물고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튼 기념비적 사업이다. 남북 평화적 교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금강산 관광이 하루 빨리 재개돼야 하는 까닭이다.

작년 7월 북한의 금강산 온정리에서 조촐한 준공식 행사가 열렸다.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장소인 면회소 준공을 기념한 행사였지만 남북간 경색국면 속에서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현대아산의 바람처럼 4월에 금강산 관광이 재개돼,이곳에서 다시 한번 남북이산가족의 뜨거운 상봉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