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사회부 기자 kbi@hankyung.com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내정자)이 결국 큰 무궁화 4개(치안총감)를 어깨에 달아보지 못하고 12일 경찰생활을 마감했다. 1979년 경찰에 입문한 지 꼭 30년 만이다. 이날 오후 4시 퇴임식을 갖고 청사를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울시경 간부들과 직원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적시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검찰수사 결과 용산 철거지역 화재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행위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총수로서 경찰을 비롯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난 데 대한 정치적 ·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다.

김 청장의 자진 사퇴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용산참사의 여진이 이어질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의 경찰 흔들기가 도를 넘어선 양상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도 "김석기 서울청장의 사퇴로 꼬리 자르고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겠다고 하는 속셈인 것 같다"며 특별검사제와 국정조사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경찰은 "경찰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부글부글 끓이는 모습이다. 한 경찰 간부는 "정치권이 용산사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정치논리와 떼법이 공권력을 짓밟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3년 경찰청장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2년 임기를 다 채운 청장은 어청수 전 청장을 비롯한 4명 전임 청장 중 이택순 전 청장이 유일할 정도로 외풍에 시달렸다. "걸핏하면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경찰의 힘을 빼면 누가 몸을 던져 일하겠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여론의 경찰 흔들기는 작년 촛불집회 때 절정에 달했다. 이때 총대를 멘 사람이 김 청장이었다. 작년 7월 서울청장에 임명되자마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는 등 정공법으로 대응해 무법천지 상태를 겨우 진정시켜 놓았다. 그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쇠파이프를 든 채 밤새 시위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보도됐는데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고 하겠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여록] 김석기 청자의 퇴임식

김 청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전 · 의경 부대인 서울경찰청 기동본부를 방문,"여러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후배들을 다독였다. 아무쪼록 김 청장이 정치적으로 희생되는 마지막 경찰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