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하면 누구나 후쿠오카 벳푸 아소 등지를 떠올리지만 다른 곳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존재한다. 특히 사가현에는 다채로운 매력이 숨어 있다. 오래된 유적지와 공예기술이 살아 숨쉬는 과거 모습도 인상적이고,최고의 시설을 갖춘 온천 풍경도 이색적이다. 사가현의 오랜 역사와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을 동시에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2000년 전 야요이문화 유적

먼저 사가시 북동부에 위치한 요시노가리 역사공원으로 향한다. 이곳은 약 2000년 전인 야요이시대의 집단 취락지로 일본 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치 우리나라의 암사동 유적지를 연상케 한다. 원형 해자 존에 들어서면 야요이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주제전을 비롯 수혈식 주거지와 망루 등이 펼쳐져 있다. 적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망루에 오르면 광활한 유적지가 한눈에 잡힌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전시실이 나오는데 유적에서 발굴된 각종 토산품과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가메칸'(항아리관)이 매장된 무덤이 눈길을 끈다.

가라쓰시 북서쪽에 있는 나고야성터도 찾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1951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할 당시 출병기지 거점으로 삼은 곳이다. 전국에서 모인 다이묘들이 분담공사를 맡아 중심 구역을 축조했다고 한다. 산을 배경으로 한 성터는 대부분 붕괴됐으나 절반 정도의 진영터에는 성벽과 토루 등이 남아 있다. 성터는 아래쪽으로 훤히 보이는 현해탄의 바다 풍경과 어울려 장엄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성터 위쪽으로 올라가면 나고야성 박물관이 있다. 조선 침략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세웠다고 한다. '일본 열도와 한반도의 교류사'를 테마로 역사적 순서에 따라 각종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히젠나고야성도병풍'이 눈에 띈다. 그림을 통해 임진왜란 당시의 나고야성에는 천수각을 비롯 많은 건물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고야성 주변 언덕엔 각 다이묘들의 진영이 보이고 성 밑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과 물자로 북적거린다.

가라쓰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요부코 새벽시장에도 가보자.일본 3대 새벽시장의 하나로 유명하다. 갓 잡은 해산물을 길가에 늘어놓고 판매하고 있어 다양한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이곳의 명물인 오징어회의 신선도가 군침을 돌게 한다.

요부코항에서 출발하는 반 잠수형 전망선 '지라'를 타고 해식동굴인 나나쓰가마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도자기

사가현은 예부터 도자기 생산지로 명성이 높다. 가라쓰에서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이마리시의 '오카와치야마'라는 도자기 마을이 나온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병풍 같은 기암 경관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끌려온 도공들이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1675년 사가 나베시마번 영주는 비요(秘窯)를 아리타로부터 이곳으로 옮겨 높은 품질의 보유와 기술 유지에 힘써왔다. 그 기술이 밖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험난한 지형을 이용,장인들을 엄중하게 감시했다고 전해진다. 나베시마번이 막부와 조정에 바칠 헌상품을 만들기 위해 구축한 번요(藩窯)의 터가 남아있다. 산길을 따라 가면 옛 가마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일반 가게에서는 각종 식기부터 감상용 미술품까지 구색을 갖추고 있다. 희고 아름다운 도자기의 표면과 화려한 그림 등이 시선을 끈다.

사가현 서쪽에 있는 아리타도 가볼 만하다. 일본 자기의 발상지다. 17세기 초 조선에서 건너온 도공 이삼평이 양질의 백자 광맥을 발견했을 때부터 아리타는 세계적 자기 마을로 성장했다. 그 공적을 기리기 위해 도산신사 위에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마을 풍경을 전망하면 또 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역에서 도자기문화관까지 이어지는 큰 길가에는 도자기 가게가 즐비해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본 3대 미인온천

사가현 여행의 피로는 우레시노 온천에서 풀어보자.우레시노는 사가현과 나가사키현의 경계에 있는 온천 마을이다. 에도시대부터 운영돼 왔으며,현재는 '일본 3대 미인 피부온천'으로서 많은 여성들이 찾는다. 약알칼리성으로 부드러운 수질이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온천수를 마시면 위와 간 기능이 활성화된다고 전해진다.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며 그 효능을 체험해 보는 것이 좋다. 정원처럼 조성된 야외에서 조경수를 감상하며 노천욕을 할 수도 있다. 우레시노강 주변에는 온천 료칸(여관)이 가득 늘어서 있다. 아담한 정원과 함께 어우러진 최고의 시설에서 여주인인 오카미상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으며 일본의 생활양식을 엿보는 것이 흥미롭다. 온천욕을 즐기고 이곳의 명물인 두부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시내에서 외곽으로 걷다보면 히젠 휴메카이도가 나온다. 에도시대의 거리를 재현해 놓은 역사체험장이다. 원내에 들어서면 칼을 든 닌자가 마중 나와 가이드 역할을 한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감상할 수 있다. 두꺼비 기름 판매 등 거리의 풍물 연기와 닌자쇼 등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우레시노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다케오는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지다. 용궁을 방불케 하는 주홍색의 누문(樓門)이 다케오 온천의 심벌이다. 그 누문을 빠져나가면 안쪽에 공중 목욕탕이 나온다. 그 중에서 도노사마유(영주탕)는 사가번의 영주는 물론 미야모토 무사시 등 일본 역사에 길이 남을 유명인까지 입욕한 유서 깊은 곳으로 유명하다.

사가현(규슈)=강행원 기자 khw@hankyung.com

< 여행 Tip >

일본 규슈 북서부에 위치한 사가현은 인구 86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현이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제일 가깝고 위도상으로 제주도와 비슷하다. 기온은 연평균 섭씨 17도 정도로 온화한 편.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후쿠오카공항까지 1시간10분 걸리고,부산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30분 만에 도착한다. 후쿠오카공항으로 입국한 뒤 오이타공항으로 나오는 코스도 있다. 규슈 횡단 자동차전용도로(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후쿠오카~사가는 1시간 거리다. JR 철도도 다양하게 연결돼 있다. 숙소는 우레시노의 와타야 벳소 료칸,가라쓰시의 요우요우카쿠 료칸 등을 이용하면 좋다. 하나투어(1577-1233)는 '우레시노 와라쿠엔 료칸 자유여행 3일'(95만원부터),'우레시노/규슈 개별 자유여행 3일'(75만원부터)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스 (02-737-1122)가 사가현 여행정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