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beautiful).' 울리히 바이어라인 아우디 디자이너(사진)는 새로 출시된 쿠페 A5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뉴 A5의 긴 보닛(엔진룸 위 덮개 부분)과 짧은 전륜 오버행(범퍼에서 앞바퀴 중심축까지의 거리),넓은 차폭,커다란 휠 등을 통해 더욱 스포티하고 우아한 느낌이 살아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또 운전자 중심의 대시보드(운전석과 조수석 정면의 각종 계기들이 달린 부분)와 세단에 비해 낮은 운전석 시트,그리고 작은 창이 조화를 이루도록 함으로써 마치 내 몸에 꼭맞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전했다.

바이어라인 디자이너는 "쿠페는 가격보다는 디자인이 판매에서 중요하기 때문에 쿠페를 디자인할 때는 차값에 대한 부담을 적게 가지면서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폭넓게 표현해낼 수 있다"며 "새로운 쿠페 모델을 디자인하는 것은 모든 디자이너들의 꿈"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더 많이,더 크게(more and bigger)라는 컨셉트에 따라 디자인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시대는 곧 끝날 것으로 봅니다. 환경 문제 때문에라도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메이커들도 차량 무게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차체 크기까지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럭셔리하고 스포티한 특성을 유지하면서 말이죠."

바이어라인 디자이너는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친환경 자연주의 흐름에 따라 자동차 디자인도 과거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 차 내부의 실용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큰 차와 달리 작은 차는 공간 활용도와 디자인 감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엔지니어와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소비자 의견도 지속적으로 청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새 모델을 개발할 때면 디자이너들이 각기 다른 도시를 방문해 고객의 의견을 듣거나 고급 상점을 들러 디자인 트렌드를 살피기도 한다고.A5가 도어에 물병 홀더를 갖춘 것도 다양한 고객 의견과 디자인 추세를 반영한 결과라는 전언이다.

"길 가던 사람들이 '이 차 너무 멋지다'고 감탄하거나 국제모터쇼 같은 곳에서 아우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차를 보며 행복해할 때 무척 기쁩니다. " 바이어라인 디자이너는 아우디 디자인의 비전은 "내일의 아이콘(Icon)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영감을 어디서 주로 받느냐는 물음엔 "라이프 스타일 및 스포츠 관련 잡지나 건축과 미술 등 항상 변화하는 새로운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소개했다. 가끔은 얼떨결에 그린 스케치가 실제 자동차 모델에 반영되기도 하는 만큼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차 디자인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모터쇼 등에서 외관상 강하면서 힘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디자인만 봐도 한국의 어느 브랜드 차인지 알 수 있는 고유의 디자인 언어는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기아차는 쏘울 로체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기아만의 특별한 패밀리 디자인을 이루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어라인 디자이너는 독일 드레스텐기술대에서 산업디자인공학을 전공한 뒤 1997년부터 아우디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다. A3 A4 A5 A6 Q7 TT 등 대부분의 아우디 차량 인테리어에 관여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은 스포츠카 TT 디자인 작업에 깊이 참여해 애착이 많다는 그는 애마로 회색 TT를 몬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