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을 중시하는 경영에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스타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세월이 더해지면 사풍 혹은 기업 문화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전산화되면서 경영이 숫자만 대입하면 답이 나오는 자동 시스템처럼 보이지만,같은 조건에서도 성공하는 회사가 있고 망하는 기업이 분명히 있다. 경영 능력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성격이 급한 사장이 지휘하는 회사는 덤벙대다 실수하는 경우가 많고,까탈스러운 회장이 간섭을 많이 하는 대기업 그룹은 모든 면에서 칼바람이 분다.

이런 스타일 차이는 평소에는 티가 안 난다. 그러나 위기 시대에는 존망을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경제위기 시대를 건너기 위해선 어떤 스타일을 갖춰야 할까. 우선 큰 방향을 얘기하면 대담하거나 혹은 깐깐하거나 둘 중 하나의 방향을 택해야 한다. 큰 꿈을 갖고 도전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현금 확보를 목표로 최대한 몸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쪽도 확실치 않게 어정쩡하게 가다간 훗날도 도모하지 못하고 고생만 할 가능성이 높다.

대담한 방향은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을 말한다. 위험보다는 기회를 더 높이 보고 도전적인 과제를 정해 달려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남들이 사람을 줄일 때 더 많이 뽑고,국내로 돌아올 때 해외로 나가며,지금이 아니라 5년 뒤를 목표로 투자하는 회사들이 이쪽이다.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번에 망하기도 한다.

깐깐한 스타일은 철저히 보수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것을 뜻한다. 외환위기 이후 인수 · 합병 기회를 잡은 기업의 상당수는 그 이전에는 한푼 한푼을 철저히 따지며 현금을 많이 확보했던 회사들이었다. 그러나 보수적인 자세로 투자를 게을리하다간 큰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이 두 방향 중 어떤 것이 나을까. 결국 회사 스타일에 따라 갈리겠지만 굳이 택하자면 대담해지는 것이 낫다.

"기가 약한 사람보다는 장비처럼 기가 센 사람을 가르치기가 쉽다. 기가 넘치면 잘라 줄 수 있지만 모자라면 도와줄 방법이 없다. "

율곡 선생의 이 말은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뭔가 새 일을 자꾸 벌이려는 회사에는 기회가 생기지만 움츠리고 있는 조직에는 부정적 에너지가 훨씬 빨리 퍼진다. 대담한 모험을 벌이는 것이 너무 위험스러워 보이면 도전을 위한 작은 회사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사내 벤처가 이때 도입하기 가장 좋은 제도이다.

모두가 경제 위기에 강타당했다가 이제 서서히 나름의 방법론을 모색하기 시작하는 때가 됐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방향성이다. 대담하거나 깐깐하거나 둘 중 하나를 분명히 해야 하지만,정부를 포함해 영향력이 큰 회사들은 이왕이면 대담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기고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당시 조그만 회사에 불과했던 일본의 마쓰시타가 1932년 발표한 장기 계획은 무려 250년짜리였다. 구조조정도 깐깐하게 못 하면서,내년은 물론 올해 계획도 제대로 결정 짓지 못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라면 우리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살아 남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책임 있는' 리더와 조직들은 의미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