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뿔나도 해머 들지않는 美의회
양측은 자신의 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재정 위기,경제 위기가 곧 재앙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전혀 타협점이 없는 듯했던 대치 국면에서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이 협상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 요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전체 부양 규모 중 감세 비율을 높이고 재정 지출은 줄였다.
양보한 민주당에는 더 큰 수확이 돌아왔다. 부양안을 본회의에 상정,표결에 부치려면 최소 찬성 60표가 필요했다. 상원 의석 100석 가운데 58석을 가진 민주당은 61표를 얻었다. 공화당에서 찬성 3표를 얻은 결과다. 하원에서 8190억달러의 경기 부양안이 통과될 때 공화당으로부터 단 한 표의 찬성도 얻지 못한 데 비하면 대단한 성과다.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표 대결에서 진 공화당은 불만이 적지 않지만 다수결 원칙에 따라 깨끗이 승복했다.
경기 부양에 하루가 급한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조건 공화당을 윽박지르지 않았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기보다 국민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표결을 앞두고 미국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찾아 국민들과 질의응답을 가지면서 경기 부양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호소했다. 공화당을 겨냥한 우회적 압박이었다.
지난 연말 · 연시 우리 국회는 여당이 문을 걸어잠그고,야당은 해머를 동원했다. 미 의회의 쟁점 법안 합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대화와 설득과 타협의 기술을 더 배우지 않는 한 한국식 의회 민주주의는 언제 또 해머에 일격을 당해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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