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에스티로더를 보면 백화점 명당자리가 보인다. '최근 매장 위치 조정문제로 불거진 샤넬 화장품과 롯데백화점의 갈등을 계기로 백화점 매장 배치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롯데백화점이 매출 부진을 이유로 샤넬 화장품의 매장 위치를 조정하려 하자 샤넬은 자신들이 원하는 자리에 있지 못할 바에야 아예 입점 자체를 포기하겠다며 매장을 빼버렸다.

입점 업체들에 매장 위치는 단순히 매출 실적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와 위상을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백화점과 입점 업체들이 꼽는 가장 좋은 자리는 어디이고 백화점들은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들을 배치할까.

◆에스컬레이터 정면이 특A급

백화점들은 일반적으로 매장을 A,B,C 3개 등급으로 나눈다. 이 중 A급은 △주요 동선이 겹쳐 고객들에게 자주 노출되고 △면적이나 고객 대면 공간이 동일 상품군 점포 평균보다 20~50% 크며 △기둥이나 방화셔터 등 구조물이 없는 곳에 위치한다. A급 중에서도 에스컬레이터 근처에 있으며,출입구에서 가깝고 잘 보이는 곳이 '특A급'으로 분류된다.

롯데 소공동 본점과 현대 압구정동 본점,신세계 충무로 본점 등 주요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의 특A급 위치에는 샤넬(롯데 7개 점포에서는 철수)과 에스티로더가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샤넬은 브랜드 가치가 높고 에스티로더는 수입 화장품 중 매출 1위이기 때문에 매장을 구성할 때 이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관례"라며 "건물 구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샤넬과 에스티로더 매장을 백화점의 '명당 자리'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입지보다 넓은 면적 선호하기도

브랜드나 상품 특성에 따라 입지보다 매장 규모를 우선시하기도 한다. 랑콤이나 크리스찬디올,시슬리,설화수 등 전문 상담이 요구되는 기초 · 스킨케어 위주의 브랜드는 주요 동선을 낀 A급 위치에 넓게 자리잡은 '박스 매장'(벽면을 낀 매장)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바비브라운,비오템 등 색조 중심 브랜드들은 사방에서 고객을 맞을 수 있는 '아일랜드 매장'을 선호한다.

의류 매장의 경우엔 에스컬레이터에서 잘 보이고 '종심(매장 입구부터 끝까지 거리)'이 깊은 박스 매장이 1순위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아일랜드 매장보다는 고객들이 다른 주변 환경에 신경쓰지 않고 제품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좋은 자리를 내 준 브랜드에 더 많은 매출을 요구한다. 브랜드별 실적을 평가할 때 A급에는 0.7,B급엔 1.0,C급엔 1.5씩을 매출에 곱하는 식이다. 이 경우 A급 매장이 '자리값'을 하기 위해선 C급에 비해 단위 면적당 두 배 이상 실적을 내야 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