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20% 성장사업 등 재배치..해외인력은 구조조정 가능성
3조원 비용 절감..'위기 전시상황실' 운영



"국내 인력의 경우 사람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는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9일 기자 간담회에서 감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1년반여 동안 생산성이 250%가량 개선되는 등 꾸준히 구조조정이 이뤄져왔다"며 이같이 답했다.

사람을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현업의 20% 가량을 신규 사업 및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등의 '재배치'를 통해 단기간에 생산성을 추가로 개선, 1만5천~2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을 통해 영업이익률을 2~4% 높이려는 일본 업체들에 대응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남 부회장은 "생산의 60%가 이뤄지는 해외 생산 기지의 최적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레이 오프(해고)'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해 국내가 아닌 해외 부문에서의 구조조정 여지를 남겼다.

올해 매출(수요) 감소 정도에 대해서는 "지난 1월 달러 기준으로 17% 정도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며 "환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 전체로도 이 정도의 수요 감소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남 부회장은 이같은 경영 환경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본사와 82개 해외법인, 생산라인을 비롯한 회사 모든 부문이 참여해 올해 3조원의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재고자산 축소, 매출채권 현금화, 공급망관리(SCM) 최적화, 통합구매 등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 노력은 이미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는 특히 구매 영역에서 대대적 절감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남 부회장은 "매출에서 영업이익을 뺀 나머지 부문이 부품조달, 시설투자, 거래은행과의 협상, 인재 채용 등 모두 '구매' 영역으로 1년에 8조7천억원 정도 된다"며 "여기에서 10%만 절감해도 8천700억원의 현금이 나오는데, 10% 절감은 얼마든지 가능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기존 사업에 대한 생산설비 투자와 관련해서는 "경상투자 외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최소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업 환경이 어렵더라도 경기 회복기를 대비, 회사의 핵심 역량인 연구.개발(R&D)과 브랜드, 디자인 분야에 대한 투자나 신성장동력인 태양전지 등 환경관련 사업이나 헬스케어 등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늘리겠다는 설명이다.

부진한 PDP 모듈 사업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서는 "PDP에 추가로 뭘해서 스타사업으로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없고, 관련 캐쉬플로(현금흐름)가 마이너스가 되면 구조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은 마지널한 상태(경계선상)에 있어 내부적으로 어떻게 할 지 검토 중"이라고 남 부회장은 답했다.

일본 파이오니어의 경우 PDP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반도체의 경우 우리가 지금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산업"이라며 하이닉스 인수 의사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여의도 트윈타워에 '위기 전시상황실(Crisis War Room)'을 만들어 5개 사업본부, 8개 지역본부, 본사 최고 경영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비상경영 세부실행 과제 추진상황과 비용절감 목표 등을 집중적으로 챙기고 있다.

아울러 LG전자는 올해 회사 경영기조를 '경기 후퇴(리세션) 속 승리'(WIR)로 잡고, 각 사업본부 및 사업부 단위에서도 여러 'WIR 태스크포스'를 조직, 운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