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훌라, 현대 쥬시꾸뛰르, 신세계 GAP 등 경쟁사에 매장 개설

불황 한파를 극복하려고 백화점들이 경쟁사의 단독 브랜드를 자사 매장에서 팔고, 자사의 독점 브랜드를 경쟁 백화점에서도 판매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심리가 갈수록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다.

"내 것, 네 것 따질 것 없이 상품 1개라도 더 팔자"는 다급한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경쟁사의 제품이라면 일단 깎아내리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8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본점과 갤러리아, 분당 삼성플라자 등은 현대백화점이 독점 공급하는 고급 캐주얼 '쥬시꾸뛰르'를 자사 매장에서 팔고 있다.

이 제품은 현대백화점이 2007년부터 독점 수입해 압구정 본점 등 4개 점포에서만 판매해오던 것이다.

쥬시꾸뛰르는 롯데 본점에서 매장을 연 이후 월평균 1억2천만 원, 갤러리아에서도 월평균 1억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신세계가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수입하는 미국 캐주얼의류 '갭(GAP)' 매장을 20일 미아점에 개점할 예정이다.

연내에 추가로 현대백화점 1∼2개 점포에 갭 매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신세계가 수도권의 경쟁 백화점에 갭 매장을 여는 것은 현대 미아점이 처음이다.

롯데백화점의 단독 수입 브랜드 '훌라'도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문을 열었고, 20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도 새로 매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2005년부터 단독 직수입해온 프랑스 캐주얼웨어 '꼼뜨와데꼬또니'를 자사의 9개 점포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올 상반기에 수도권의 다른 백화점에 1∼2개 신규 매장을 개시할 예정이다.

백화점들이 과거 단독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를 직수입해 독점 판매했던 것은 다른 백화점과의 차별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불황이 길어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경쟁사 제품이든, 단독 수입제품이든 매출 증대를 위해서라면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패션상품사업부장인 이성희 상무는 "단독 브랜드를 다른 백화점에 들여놓는 이유는 신규 고객을 창출하고 `바잉 파워'를 키우는 등 브랜드 사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면서 "경쟁 백화점 브랜드라 할지라도 품질, 인지도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유치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j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