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기차 타고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자기가 열일곱살이야 열아홉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 고개를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 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정희성 '태백산행' 부분


젊음과 늙음은 상대적 개념이다. 50줄에만 들어서도 젊은이들로부터는 고리타분한 기성세대 대접을 받는다. 반면 70 노인들의 눈에는 50대도 젊어 보인다. 하지만 수백년 수령의 주목 입장에선 70 노인도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을 게다.

자연은 그대로이고 세월은 유구한데 사람들끼리만 젊고 늙음에 울고 웃는다. 보약 먹고 얼굴 가꿔서 서너살 젊어 보인들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덧없이 늙어가는 것이 아쉽고 서러울 때는 수백년 세월을 지켜온 태백산 주목을 기억할 일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