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상황이 다시 악화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금융 분야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런 우려는 결코 기우(杞憂)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30억달러 가까이 적자를 냈고 당분간은 적자 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국제금융시장 여건도 좋지 못하다. 외화조달 자체가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달러를 빌릴 때 가산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만기 외평채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도 올해 초의 2.7%포인트 선에서 3.4%포인트 수준으로 크게 치솟았다.

더구나 국제적으로 금융보호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어 앞으로 외화차입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적인 예로 씨티그룹은 365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대출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내 주택소유자와 소비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擴散)될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 국가들이 외화조달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외화유동성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높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무역흑자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등과 체결한 통화스와프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다른 신흥시장 국가들과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금융보호주의에 맞서는 것 또한 모색해야 할 과제다. 올해중 갚아야 할 외화채무가 은행권만 해도 800억달러에 이르는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