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조정'은 임시방편…업무중복도 못 막아

통합해도, 진주·전주로 나눠질 가능성 커

'통합'으로정해놓고논의하다보니…15년째'답보' 상태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노태우 정부 말기인 1993년 초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재차 제기됐으며,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합이뜨거운 감자로 부상해진행중이다.

그러나 주공과 토공의 통합 문제는 번번이 '통합'이 아닌 '기능조정'에서 마무리 됐다. 무엇보다 통합된 조직의 재무구조 부실이 문제였다. 섣불리 두 기관을 통합을 하는 것보다 서로의 기능을 조정해 업무중복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쪽을 선택해왔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의 업무중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통합 문제가 재차 제기될 수 밖에 없는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03년에도 정부 주도 하에 통합추진위원회를 개최하고, 중복되는 업무에 대해 기능조정을 했지만, 정부 정책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업무가 중복될지라도 추진돼왔기 때문에, '업무중복' 문제는 계속적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능조정'은 통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통합이슈를 간단하게 마무리짓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 통합 추진, 그동안 어떻게 실패했나?= 양 공사의 통합문제는 처음 노태우 정부 말기인 1993년 초에 제기됐지만, 차기 정부인 김영삼 정부에 와서 '시기상조'라는이유로 백지화됐다.

또 다시 통합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다. 당시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양 공사의 기능중복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해 2001년까지 통합하기로 결정됐다.

2001년 5월 양 공사의 통합을 위해 지금처럼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무산되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 와서 통합 문제가 이슈화됐지만, "재무적 측면에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없고, 통합시 재무구조 부실이 우려된다"는 등의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기능조정'쪽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그러다가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 때 다시 양 공사의 통합문제가 본격 거론됐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정부 차원에서는 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통합 법안은 국회에 계류돼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에 이어 작년 10월 사실상 정부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다시 발의했고, 이 법안은 현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돼있다.

□ 왜 실패했나?…기능조정해도 '업무중복'되는 이유= "똑같은 일을 하는 공공기관 두 개는 필요 없다"는 것이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주공과 토공의 통합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기능조정'으로 결론이 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기능조정'을 아무리해도 양 기관의 업무는 점점 더 중복되고 있다. 주공과 토공의 업무 중 일부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업무가 중복되더라도 이를 용인해줬던 측면이 있었다.

양 기관은 지난 2003년에 기능조정을 통해 주공은 100만m²(약 30만평)이하에 대해 택지개발을 하고, 토공은 100만m²(약 30만평) 이상에 대해 택지개발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공은 30만평 이상에 대해 택지개발을 하고, 토공 역시 30만평 이하에 대해 택지개발을 하는 등 업무중복 사례가 발생해왔다. 그러나 택지개발은 국토해양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일.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주공과 토공의 업무중복을 어느 정도는 수용해줬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주공과 토공의 업무 중복은 일부 정부가 용인해줬던 측면이 있지만, 정부의 필요에 의한 사업이라면, 양 기관이 기능조정을 했더라도 이와 관계없이 승인이 가능하다"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양 기관이 통합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양 기관의 기능조정을 고려하는 것보다 정부의 필요사업을 할 수 있는 곳에 업무를 승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결국 택지개발을 주공이 해도 되고, 토공이 해도 된다면, 양 기관이 함께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 왜 실패했나?…"엄청난 갈등, 재무부실 우려"= 기능조정으로 업무중복을 막지 못했음에도 왜 계속해서 기능조정으로 결론이 났던 것일까?

'기능조정'이 주공과 토공의 구조조정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는 것보다 재무적 부실 등으로 통합된 조직이 지금보다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크다.

양 공사가 통합을 하게 되면, 2007년말 기준으로 총자산 84조원, 부채 67조원의 거대 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토공은 부채 100조원의 조직이 탄생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감사원에 따르면 주공의 부채는 2016년에는 14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거대한 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조직의 탄생 자체가 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부담이 제기됐던 것.

또한 여기에는 통합을 반대하는 토공의 엄청난 반발과 여야간의 의견대립 등도 맞물려 있다. 특히 이번에는 '지역갈등'이라는 더 큰 걸림돌이 암초로 등장했다. 지난 2005년 지방혁신도시 조성 계획에 따라 주공은 경남 진주로, 토공은 전북 전주로 이전하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

더구나 진주와 전주 모두 혁신도시를 목표로 공공기관 이전을 위해 지역개발을 실시, 토지보상 등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공기관 유치를 실패했을 경우 엄청난 반발과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통합이 되더라도 기능을 분리해 한 곳은 진주로, 한 곳은 전주로 가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 해외에서는 어떻게 할까?‥주·토공 의견 엇갈려= 이렇게 주공과 토공을 통합하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업무중복' 외에 해외선진국 등에서 택지개발과 주택공급을 한 기관에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공 노조는 "해외 선진국은 주택과 택지, 도시재생을 단일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다"며 "택지개발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은 없다"고 밝혔다.

주공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1981년 택지개발공단을 주택공단에 흡수·통합시켜 '주택도시정비공단'을 만들었다. 영국 역시 2007년 공공임대와 분양주택 사업을 맡은 주택공사(HC)와 도시재생사업을 수행하는 도시개발(EP)을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추진 중에 있다.

또한 캐나다와 홍콩, 싱가폴도 각각 주택금융공사(CMHC), 주택청(HA), 주택개발청(HDB) 등에서 주택 개·보수, 신개발, 도시재생에서 공공주택 공급 등을 하고 있다.

반면 토공은 선진국의 통합기관이 경영부실로 인해 정부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토공 노조는 "일본은 통합공사가 부도에 직면해 13조엔(130조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은 토지소유관념이 희박하거나 국유지가 많아 우리나라처럼 택지개발업무(토지매입업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한 곳에서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수 차례 통합 문제가 논의돼왔지만, 주공과 토공은 서로의 의견 차를 전혀 좁히고 있지 못하다.

'통합'을 정답으로 미리 정해놓은 채, 상반된 근거를 만드는 데 바빴을 뿐,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것.주공과 토공의 통합 문제가 15년 넘게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과거의 15년이 아닌 앞으로의 15년을 내다보고 통합이던 기능조정이던논의가 되었으면 한다. (끝)

조세일보 / 최정희 기자 jhid0201@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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