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2만4512대의 자동차를 팔아 전년 동월 대비 14.3%나 늘어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3.7%로 올라서 기아차(3.4%)를 합치면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7%를 넘어섰다. 미국시장에서 대형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판매가 증가한 회사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게다가 GM과 포드 등은 40% 이상,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메이커들도 30% 안팎의 급격한 판매감소를 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목(注目)해 볼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은 직접적으로 현대차가 올해 초 선보인 파격적인 '현대 어슈어런스' 판촉 프로그램 덕택이 아닌가 싶다. 신차 구매자가 1년 이내에 실직 또는 파산할 경우 중고차를 되사주는 조건을 제시해 현지 소비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같은 사실에 주목하는 이유는 판촉 프로그램의 내용이 좋았다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맞았는데도 오히려 판매증대의 기회로 삼는 역발상의 마케팅이자,아무리 심한 불황이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여실히 입증한 사례로 평가할 만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1999년에도 상식을 뛰어넘는 '10년 10만마일 보증제'를 처음 도입해 글로벌 메이커로 올라서는 전기를 마련한바 있다.

물론 이런 성과가 공격적인 마케팅만으로 거두어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에 대한 확신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이 끊임없이 강조하는 '품질경영'을 통해 연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그 밑바탕을 이루고 있음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차가 앞으로 넘어야 할 난제는 아직도 많다.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노조가 툭하면 파업 등으로 회사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후진적 노사관계를 하루빨리 청산(淸算)하는 것도 반드시 이뤄내지 않으면 안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