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 날씨가 좀 누그러지는구나 싶더니 벌써 입춘이 지났다. 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등산하기 좋은 계절,봄이 오니 반가운 마음부터 든다. 바빠지면서 뜸해지긴 했지만 2~3년 전만 해도 산을 좋아하는 회사 직원,친구들과 함께 주말마다 관악산에 오르곤 했다.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오르는 사람도 있고,등산 횟수가 늘어날수록 산을 타는 재주 역시 늘기 때문에,혹은 산을 오르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처음 산에 오르기 시작했을 때 필자는 정상에 올라 탁 트인 서울 전경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산을 자주 가게 되면서 정상에서의 성취감 못지 않게 올라가는 과정의 재미를 알게 됐다.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오르막 길을 향하고,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리막 길을 지나,험한 곳은 조심하는 등 등산 과정 자체를 더 즐기게 된 것이다. 또 어느 산에 가든지 정상에 오르는 것만을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가는 이 길이 가장 좋은 코스일 것이란 확신을 갖고 한 길을 택해 올라가는 버릇도 생겼다.

산에 오르는 과정은 어찌 보면 삶과 비슷하다.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어려운 길도 견딜 수 있고,지름길이나 샛길이 있어도 곁눈질하지 않고 자신만의 등반을 즐겁게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결승점을 향해 묵묵히 오르던 그 거북이처럼 말이다. 섣부른 기대나 낙관적인 예상이 쉽지 않은 요즘,이러한 끈기는 이 시대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누군가가 회사의 성장동력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자는 대단한 기술이나 특별한 능력이 아닌 하루하루 새로운 마음으로 노력하는 끈기라고 답한다. 처음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다. 주식 거래 형태로 상품을 선보였던 초기 모델은 복잡한 방식 때문인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자금 사정도 어려워 자본금의 80%를 다 쓰고 나니 막막하기만 했다. 사업 존폐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다시 시작했다. 임직원 모두 하루 단위로 거래건수,매출액,상품수 등을 체크하며 매일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목표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면서 처음으로 하루 거래건수가 1000건을 넘었다며 모두가 모니터 앞에 모여 환하게 웃던 날이 생각난다.

목표를 공유하고 힘든 시간을 함께 했기에 맥주 한잔을 마시며 진심으로 기쁨을 나누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도 언젠가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직원들의 굳은 믿음과 끈기가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기만 하다.

스피드 시대에 느릿느릿함을 답답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북이의 끈기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오랜만에 산행의 즐거움을 다시 누려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