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시리아에 있는 알 하마르 늪에서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다. 누렇게 시든 갈대와 마른 진흙밭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그리고 있다. 여인의 어린 시절 이 늪은 어머니의 품처럼 풍요로웠다. 이름 모를 푸른 식물은 작은 숲을 이루고 계절마다 온갖 새들이 푸드덕 날개짓을 하며 이곳으로 날아들었다. 배를 타고 늪을 지날 때면 여인은 늘 눈을 감았다. 그러면 벌레 울음부터 물고기가 헤엄치는 소리까지 수많은 늪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느때부터인지 습지는 점점 모습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나룻배는 버려지고 늪은 더이상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다.

빨래를 하던 여인은 생각에 잠긴다. '습지의 날'이 생긴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돌아올줄 모르는 어린 시절의 알 하마르 늪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사진=로이터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