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없어요. 보고서 한장을 제대로 못쓰니 한심해요. "

작은 회사가 아니라 제법 큰 규모의 업체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사장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정말로 실력 없고 노력하지 않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번 관찰해보면 대부분의 경우 사장의 성격 탓인 경우가 훨씬 많다.

보통 말보다 10배를 먹어야 달릴 수 있는 천리마를 못 알아보고 여물을 다른 말들 만큼만 주면 그 말은 하루종일 비실거릴 수밖에 없다. 직원들 가운데도 분명 천리마가 있다. 회사를 박차고 나와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부하가 마음에 안들면 혹시 내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를 먼저 물어야 한다.

심리학 용어 중에 핵심감정(core emotion)이란 말이 있다. 타고난 천성 같은 것으로 자신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특질이다. '연민'이 핵심감정인 사람은 평생을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고 봉사하며 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업 경영자들 가운데 핵심감정이 '불안' '분노' '불신' 등인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이런 종류의 감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가 많다. 열심히 설명했는데도 직원들이 자기 뜻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으면 짜증부터 낸다. 예를 들면 부하들이 올린 보고서는 어느 것이건 빨간 사인펜으로 새빨갛게 고쳐 놓아야 직성이 풀린다. 몇 번씩 퇴짜를 놓았다가 자기 스타일에 맞춰오면 그제서야 화가 풀리는 식이다. 자신은 만족스럽다. "이러니 내가 손을 놓을 수 없지"라고 하면서 말이다.

모든 보고서가 정말로 수준 이하일까? 대개의 경우 부하들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분노하고 불신하는 경영자 자신의 핵심감정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하들이 주눅들어 더 자주 실수하고,그 결과 있던 실력도 다 잃고 만다. 눈치 보는 부하만 늘고 상사 스타일에 맞추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일이 생겨난다.

혹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또 부하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으면 일단 심호흡을 하시라.그리고 스스로 물어보는 거다. 부하들을 이런 눈으로 보는 내가 문제가 아닐까.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평가를 맡기는 것도 좋은 안전장치다.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를 쓴 짐 콜린스의 이 말을 잊지 말자."위대한 리더는 결과가 나쁠 땐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린다. 결과가 좋을 때는 창문 밖을 내다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

한경 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