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안방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파상 공세에 돌입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업체들이 흔들리고 있는 틈을 타 본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3일 외신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슈퍼볼 광고로 대박을 터뜨린 현대차가 이번엔 미국 최고의 연예행사인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시상식 스폰서십을 따낸데 이어 FOXTV의 최고 인기 드라마인 ‘24’ 광고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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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FOXTV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인 ‘24’의 시즌 7 광고에 참여할 계획이다. 프라임타임대에 두 번에 걸친 광고를 내보내는 협상안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FOXTV의 ‘24’는 동시간대 프로그램중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로 미국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24’는 동시간대 프로그램중 시청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인터넷 동호회 회원만 10만명에 육박하는 인기 드라마다.

특히 ‘24’에 편성된 광고는 미국 자동차업체인 포드가 독점 협찬해오던 것으로,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시장 확대를 위해 포드를 제치고 새롭게 뚫고 들어가 더욱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시청자들에 대한 광고효과를 조사한 닐슨의 분석에 따르면,현대차가 FOXTV의 프라임타임대에 두 번에 걸쳐 광고를 내보내면 다른 프라임타임대의 프로그램보다 124%정도 높은 브랜드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 안방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이달 22일 열리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도 GM이 포기한 자동차 부문 스폰서를 이어 받아 처음으로 광고를 낼 계획이다.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원 광고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메이커’로 한발 더 다가서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가 GM이 버티던 안방시장을 대신 점령한 것은 아카데미 시상식뿐만이 아니다. 이미 지난 1일 열린 미국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 TV중계에 ‘제네시스 쿠페’ 광고를 내보냈다. 전 세계 2억여명의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되는 미국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 경기에 현대차의 신개념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가 자리잡은 것이다.

최근 파산위기에 몰린 GM이 15년간 지속해오던 슈퍼볼 협찬을 포기한데 반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쿠페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해 2월 슈퍼볼 중계 때도 세단 제네시스 광고 2편을 내보낸 후 인터넷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1450%나 늘어나는 효과를 맛보기도 했다.

또 브랜드 이미지 개선율 43%,광고 정보 전달력 57%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슈퍼볼 광고캠페인 참가 자동차업체 중 최고다.

올해도 현대차는 지난 1일 슈퍼볼 경기 25분 전과 10분 전,1분 전에 각각 광고 3개,경기 중간에 2개를 내보냄으로써 총 2분30초 동안 광고를 노출시켰다. 들어간 돈은 100억원이지만 효과는 수천억원어치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이같은 안방 시장 공략은 과감한 판촉 마케팅과 연계된다. 현대차는 FOXTV 오스카상 슈퍼볼 등을 통한 광고 내내 새 판촉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의 마케팅은 가히 충격적이다.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지 1년 내에 해고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이른바 ‘반납 서비스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 이미 미국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는 미국의 ‘빅3’ 자동차업체들이 독점해온 마케팅 수단을 파고 들어가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말겠다는 현대차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현대차의 이 같은 미국시장 총공세에는 제품에 대한 품질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달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제네시스의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는 것이다.

현대차의 제네시스는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발간한 2월호에서 대형 승용차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렉서스 ES350,도요타 아발론,아큐라 TL 등을 모두 제치고 세계적인 명차로 등극한 셈이다.


국내외 자동차업계는 현대차의 강력한 미국시장 드라이브를 두고,현대차의 상대적인 약진에 따른 마케팅 확대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 시장 자동차 판매량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내 점유율은 3.1%로 오히려 0.2%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의 ‘빅3’를 비롯해 주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대차보다 더 고전을 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판매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경쟁상대 기업들의 부진을 파고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이 어렵고 경쟁사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과감한 홍보·마케팅을 펼쳐 브랜드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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