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기고도 몇 해가 지나고 보니,멘토나 롤모델을 찾는 후배들에게서 인생 선배로서 좋은 말 한마디 해달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럴 듯하고 멋진 말을 좀 찾아놓을 걸 하고 후회를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짧은 경험이지만 내가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두어 가지 얘기를 부끄럽게 꺼내 놓는다. 그 중 한 가지가 "두 번 생각하느라고 어느것 하나도 못해보지 말고,한 번만 생각하고 뭐든지 해보라"이다.

나는 어렸을 때 좀 내성적이고,작은 일에 쉽게 상처 받고,의욕 지수가 떨어지는 약간 나른한 사람이었다. 지금 주변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거짓말 말라며 펄쩍 뛰겠지만 여고 친구들이나 대학 친구들 중에 가까웠던 친구 몇몇은 그 말이 맞다고 한다.

사람에겐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상황에 따라 이를 조금 바꿀 수 있는 계기가 있다. 내게도 그런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그 중 하나가 7년간 로펌 변호사 생활을 한 뒤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을 때였다.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에 몇 번 떨어지는 동안은 시험공부하느라,로펌에 들어가서는 밤낮으로 일을 해대느라 나이만 먹었지 이렇다할 경험이 없었다. 학위보다는 세상 경험을 위해서 떠나는 연수였기에 선배들은 공부보다 세상 경험을 많이 하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적극적인 사람이 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외국 친구들이"이거 해볼래?"하면 주저없이"그래"라고 말하고,"주말에 여행 같이 갈래?" 하면 "그러자"며 적극적으로 대답했다. 큰딸과 둘이서만 떠난 연수 생활이어서 어려울 게 없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생각지도 않게 미국 법원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처음 해보는 일도 많이 경험했다. 사람도 많이 만났다. 새 친구도 사귀고,이미 알던 어릴 때 친구들도 더 깊이 사귀었다.

언제나 두 번을 생각하면 '할까,말까'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1년6개월이란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참 알찬 시간을 보냈다.

일전에 가족과 '예스맨'이란 영화를 봤다. "싫어,안해"만 연발하던 주인공 짐 캐리가 뭐든지 "그래,하자"라고 태도를 바꾸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가볍게 엮은 코믹영화였다. 동면하는 듯 가라앉은 주인공이 다이내믹하고 적극적으로 바뀌면서 더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고,더 많이 경험하면서 자신의 긍정적인 흔적을 여기저기 남기는 모습을 그렸다.

내가 몸으로 겪으며 깨달았던 삶의 교훈과 꼭 같은 얘기를 그려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찡했다. 복잡한 세상 같지만 돈키호테 같이 덜 생각하고 더 많이 부딪쳐야 더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세상은 충분히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너무 복잡한 건 아닐까 싶다. 적당히 생각하고 충분히 행동하는 삶,한번쯤 시도해 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