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내로라하는 PC 메이커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금방 큰 싸움이 터질 것 같은 기운이 역력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6일 개막하는 '월드 모바일 콩그레스(MWC)'에서는 세계 3위 PC 메이커인 에이서가 휴대폰 첫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계 2위 PC 메이커인 델도 이르면 이달 중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다. 휴대폰 업계 입장에서는 특히 에이서가 경계 대상이다. 에이서는 PC 전체로는 HP와 델에 이어 세계 3위 업체이고 노트북으로는 세계 2위,넷북으로는 세계 1위 메이커다. 이를 기반으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다. MWC 개막일인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휴대폰 첫 모델을 공개한다.

에이서 스마트폰에 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MWC 사이트에는 전화 기능이 있다는 둥 편리하다는 둥 한 손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둥 밋밋한 설명만 있다. 인터넷에는 추측만 무성하다. 에이서는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해 3월 2억9000만달러를 주고 E-Ten을 인수했다.

델도 이르면 이달 중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이를 위해 모토로라에서 휴대폰 사업부문을 이끌었던 론 게리쿠에스를 지난해 영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델은 최고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아이폰과 블랙베리에 도전할 계획이다. 운영시스템(OS)으로는 윈도모바일과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한 모델에는 아이폰과 비슷한 터치스크린 기능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델이 만든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사줄까? 이렇게 비아냥대는 사람도 있다. 델이 워낙 '싸구려' 이미지가 강해 고성능 스마트폰을 제대로 만들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델은 2,3년 전만 해도 세계 1위 PC 업체였고 상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데는 여전히 최고다. 게다가 2007년 마이클 델 창업자가 복귀한 이후에는 이미지 고급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델과 에이서가 휴대폰 시장에 뛰어드는 데는 애플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하다. 애플은 2007년 6월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2008년 7월에는 한 단계 진화한 아이폰 3G를 내놓았다. 특히 개발자와 사용자가 애플리케이션을 직거래하는 앱스토어를 개설해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에이서와 델은 저마다 '제2의 애플'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삼성은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2위를 굳게 지켰고,LG는 3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잘나갈 때 위기가 시작되는 곳이 휴대폰 시장이다. 3,4년 전 '레이저'로 돌풍을 일으키며 2위를 달렸던 모토로라는 지금 5위까지 밀려났다. 삼성과 LG에는 델과 에이서까지 뛰어드는 지금이 위기일 수 있다.

물론 삼성과 LG는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노키아 모토로라와 달리 PC도 만들고 있고,에이서 델과 달리 통신 기술도 갖췄다. 이제 휴대폰 시장 쟁탈전은 재미있게 됐다. △휴대폰과 PC를 모두 만드는 삼성과 LG △휴대폰만 만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 △PC를 기반으로 휴대폰 시장에 뛰어든 애플 델 에이서…. 이들이 뒤엉켜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