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의 기둥을 들이받았다고?

# 도로교통 안전시설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아 교통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유족에 대해 자치단체가 25%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11민사부(김성수 부장판사)는 15일 도로 갓길을 달리다가 교각을 들이받아 숨진 박모씨의 유족 3명이 포항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들에게 모두 8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신문의 사건/사고 기사의 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 글에는 우리가 무심코 넘기기 쉬운,그러나 어처구니없는 단어 하나가 있다.

'교각'이 그것이다.

'교각(橋脚)'은 글자 그대로 다리를 받치는 기둥이다.

'교각을 세우다/교량은 길이가 약 40m 정도로 교각이 모두 네 개에 불과했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을 무심코 '다리 교각을 들이받고…'처럼 쓰곤 한다.

하지만 곰곰이 뜻을 살펴보면 다리 위를 달리던 차가 어찌 다리 밑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들이받을 수 있을지 어불성설임이 드러난다.

이때의 정확한 말은 '난간' 정도 될 것이다.

'난간(欄干)'은 '층계,다리,마루 따위의 가장자리에 일정한 높이로 막아 세우는 구조물'이다.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막거나 장식으로 설치하기도 하는 '난간'은 '난간에 기대다/난간에 걸터앉다'처럼 쓰이는 말이다.

교각에는 대개 보수용이나 위급 시 피난용으로 난간을 설치한다.

교각과 난간을 구별하지 못하고 섞바꿔 쓰는 현상은 한자 개념이 약해지면서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단어를 정교하게 써야 하는 이유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의 사고(思考)를 반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