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신용정보와 한국신용평가정보의 기업결합건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내렸다. 국내시장 기준으로 보면 이번 결합으로 일부 분야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등장하지만 경쟁상황이 가변적인데다, 신용정보업의 영세성을 탈피하고 국내신용정보회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寄與)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허용한 것이다. 공정위가 과거 기업결합심사에서 국내시장에서의 정태적인 경쟁제한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따지던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우리는 공정위의 이런 변화가 이번 한번에 그쳐선 안된다고 본다. 돌이켜 보면 공정위의 경직적인 기업결합 심사로 인해 좌절된 기업결합이 한두 건이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영창-삼익건이 그렇고, 석유화학 등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된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매사가 이런 식이면 글로벌 기업의 탄생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고, 산업의 구조조정도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우리는 공정위가 국내시장, 시장점유율 등의 협소한 심사기준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누차 주장한 바 있다. 사실 국내외 시장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개방이 되고 경쟁도 확대되고 있는 판에 과거에나 통했을 법한 기업결합 심사기준에 발목이 잡혀 국내기업들이 회사규모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도록 만든대서야 말이 되겠는가.

뿐만 아니라 지금같은 위기국면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업내 구조조정 및 기업결합 등과 같은 기업간 구조조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기업내 구조조정은 노조에 막혀 안되고, 기업간 구조조정은 규제(規制) 때문에 안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이런 것들이 어느정도 가려지기도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속절없이 더욱 악화되고 마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듭 강조하지만 금융부문에서 일어난 공정위의 전향적인 변화가 실물부문으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 심사를 할 때는 세계 전체시장을 보고 글로벌 경쟁력 측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과감한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