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세입자 보상 갈등이 원인

폭력시위 비용 최대 年10조원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의 한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 내에서 시위 중이던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신도시를 개발하는 택지개발사업이라든가,도시환경정비사업 중에 벌어지게 마련인 철거민들의 시위 및 진압치고는 유례없이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시기에 일어나 해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시민단체인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명박 정권 퇴진' 구호를 외치며 범정부 투쟁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했으며,우리는 이번 참사를 어떤 식으로 이해해야 할까 자세히 살펴보자.

⊙ 사건의 배경

노후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사업시행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게 되면 그 다음에는 △원주민 등에 대한 보상 △이주 △철거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때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집주인이나,땅주인 또는 세 들어 사는 세입자들에게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이 주어진다.

재개발 사업지에서 벌어지는 폭력 과격시위는 거의 99% 보상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주민들과 보상 규정을 엄격하게 규정해 보상비용을 아끼려는 공공기관 간 다툼 때문에 벌어진다고 보면 된다.

보상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아닌,이 지역에서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보상해줘야 할 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

사업 추진 지역 내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의 경우 주변 시세에 맞춰 현금으로 보상해주면 되기 때문에 보상절차가 간단하다.

그러나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사업기간 동안 살아야 할 다른 집을 얻어줘야 한다.

특히 상가를 임대해 장사하던 사람들에게는 장사를 못하게 된 데서 오는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보상해줘야 하기 때문에 보상절차가 더욱 복잡해진다.

실제로 상가 세입자들이 문제가 된 용산지역 내에서 휴업에 따른 보상을 강하게 요구하다가 공공기관 및 사업시행자와 부딪치기 시작한 게 이번 용산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건발생 지역에 세 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는 총 890명으로 이 가운데 85.7%인 763명에 대해서는 보상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 용산사태,왜 이렇게 커졌나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시위가 노후한 구릉지 등에 위치한 재개발 사업지역이라든가,신도시 사업이 이뤄지는 허허벌판이 아닌 서울의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산,그것도 한강로 대로변에서 발생한 게 참사로 확대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사건이 터진 지역은 지하철 4호선 신용산역에서 걸어서 3분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5층짜리 남일당 건물로,시위자들은 이곳에서 골프공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폭력시위를 벌였다.

때문에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컸다.

이에 초조함을 느낀 경찰이 성급하게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가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해당 지역 세입자들이 벌이던 시위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라는 외부 세력이 끼어들면서 시위가 과격해진 것도 참사로 이어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남일당빌딩 옥상 농성 시위에 참가한 철거민 50여명 가운데 이 지역 세입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농성자 대부분은 인천 도화지구,김포 신복지구,성남 단대지구,안양 관양동 등지에서 동원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전철연 의장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 폭력시위 용납돼선 안 돼

전문가들은 이번 용산참사에 대해 "죽은 사람의 명복은 빌되,그들이 행사한 폭력까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겸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한 '불법 폭력시위에 의한 사회적 비용추정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전체 집회 · 시위 횟수는 1만368건이었고,이 가운데 불법 폭력시위는 62건이었다.

김 교수는 사전 허가를 받은 합법 시위에 대해선 참가자들의 생산(임금) 손실과 경찰의 시위 관리 · 대응 비용(경찰관 · 의경 임금)만 집계해 사회적 비용이 1회당 3990만3000원,총 4118억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나 불법 폭력시위의 경우 이같은 직접비용뿐 아니라 차량 지 · 정체로 인한 시간과 연료 손실,인근 지역의 대기오염,시위장소 부근 사업체의 영업 · 생산 손실은 물론 일반 국민들의 약속 지연,불쾌감 같은 피해를 화폐가치로 환산한 간접비용까지 추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불법 폭력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계산한 결과 1회당 888억6796만원,연간 5조5098억원으로 추정됐다.

사회적 비용면에서 불법시위의 손해는 합법시위의 2227배에 달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 비용은 보수적으로 계산하더라도 2006년 국내총생산(GDP) 847조8764억원의 0.7%에 해당하며,최대치를 적용하면 GDP의 2.47% 수준인 21조원까지 상승한다"며 "정부는 합법시위의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펴면서 법과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준법정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재개발 폭력시위 사회적 비용만 10조원 넘을 수도

작년 말 현재 사업시행 인가를 받아 당장 보상 과 철거작업을 해야 할 주택재개발 및 도시환경정비사업 지구는 서울시에서만 152곳(374만4000㎡)에 달한다.

이들 지역에서 모두 폭력사태가 벌어진다고 가정해 이를 김상겸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입해보면,재개발 지역의 폭력사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최대 연 10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아 재개발 보상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조금 더 합리화,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 PB팀장은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절차 및 수위를 조금 더 합리화시키고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법과 절차에 따른 보상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재개발=도시인구 증가나 산업기술 발달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환경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돼 가는 것을 막고,변화에 계속 적응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개선하는 사업. 건축물이 전반적으로 낡은 지역이나 배치상태가 아주 좋지 못한 지역의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시가지를 정리해 토지 효용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상=국가 또는 단체가 적법한 행위에 의해 국민이나 주민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기 위해 제공하는 대상.

송종현 한국경제신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