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지주회사들이 다음 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회사인 은행들이 건설,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에 착수함에 따라 대손충당금이 많이 늘어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 조선사에 대한 2차 구조조정 작업도 2월 중 마무리되면 이 역시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신한지주(2월2일)를 시작으로 KB금융(2월 11일), 우리금융(2월 12일 또는 13일), 하나금융(2월중) 등이 차례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금융권은 대부분 회사의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모 지주회사 관계자는 "은행들의 기업 워크아웃과 퇴출에 따른 대손충당금이 4분기 실적에 반영돼 당기순이익이 크게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2개 건설사와 4개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추진으로 은행들의 대손 충당금 적립 규모가 건설사 1조2천100억 원, 조선사 5천7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별로 많게는 2천억∼3천억 원, 적게는 1천억원 가량 충당금을 쌓게 될 것"이라며 "4분기 당기순이익은 `나는 둥 마는 둥' 할 것"으로 관측했다.

또 다른 지주회사 관계자는 "현재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충당금을 어떤 비율로 적립할지 금감원과 협의 중"이라며 "충당금 적립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실적을 섣불리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회계 원칙상 감사보고서가 완성되기 이전에 일어난 주요 사항은 실적에 반영돼야 한다"며 "2차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다음 달 중 선정되면 이들 기업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4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의 경우 국민은행이 한국ING생명 지분 14.9%(116만2천200주)를 합작 상대인 ING그룹에 3천390억 원에 매각하는 등 일회성 요인이 있어 대손충당금 적립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는 4분기 때 특별한 일회성 요인이 없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적립 여부가 실적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등 파생상품 상각 문제와 C&중공업 퇴출 등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3분기에 태산 LCD 관련 통화옵션상품 손실로 적자 결산을 했던 하나금융은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하나은행은 1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건설, 조선사 가운데 주채권 은행인 업체가 한 곳도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2분기 연속 적자 결산을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