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에만 집을 사겠다는 손님 세 명에게 집을 보여줬어요. 일찍 가게 문을 닫고 고향에 가려고 했는데 귀성은 미뤄야 할 것 같네요. "

설 연휴 시작 하루 전인 지난 23일 오후,서울 강남 아파트 시장을 파악하기 위해 찾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는 모처럼 분주했다. 이 중개업소 관계자는 "새해 들어 매수세가 몰리기 시작하며 급매물이 소진됐고 실제 거래 가격도 작년 말보다 조금씩 올랐다"며 "지난 15일 은마아파트 112㎡(34평)형이 10억500만원(13층)에 팔렸는데 지난해 12월 8억~9억원 선에서 거래되던 가격이 다시 10억원대로 올라선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수세가 몰리기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의 주공5단지도 마찬가지였다. 구청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 찾은 송파구청에서 지적과 관계자는 "주공5단지 107㎡(32평)형이 1월10일 11억3000만원,1월4일 11억700만원에 팔렸다고 신고됐다"며 "불과 한 달 전에 신고된 실거래가격과 비교해 2억원 안팎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투기지구 해제 방침에다 제2롯데월드 건축 계획 등이 겹치면서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추진 단지에선 급매물이 말그대로 '급하게' 팔렸다.

그러나 같은 강남권이더라도 일반 아파트 단지 주변의 중개업소들은 여전히 파리를 날리고 있다. 은마아파트 바로 인근 대치동 삼성아파트 단지 내 H 공인중개 관계자는 "단지 내 가장 작은 주택형인 전용 60㎡형이 작년 9월에 팔린 것을 제외하면 전 단지를 통틀어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한 건도 없다"며 "이따금 중개하는 전세 계약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버블세븐 급매물이 팔린것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며 본격적인 상승세로 보이진 않는다"며 "구조조정으로 고용 불안이 본격화되고 실물경기 침체도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어서 실물이 회복되지 않는 한 집값이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강남 재건축추진 아파트 값이 뛰면 주변으로 상승효과가 확산되는 '물결효과'를 일으켰다. 최근 강남 급매물 소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U자형 반등의 변곡점이 될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정호진 건설부동산부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