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가 연 3%대로 뚝 떨어져 여윳돈을 가진 사람들의 자산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반면 은행들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외면,자금시장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한은은 대출에 소극적인 은행들이 한은에 다시 돈을 맡기는 것을 줄이기 위해 '자금조정예금'의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조정예금은 은행이 법정 지급준비금 이상으로 한은에 맡겨 놓는 돈으로 이자가 연 1.5%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중 종합자산관리(CMA) 계좌를 가장 많이 유치한 동양종합금융증권의 CMA 수익률은 연 3.8%까지 하락했다. 연 4% 후반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금리가 낮아졌다. 시중은행들의 1년제 정기예금 금리도 연 3%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였다는 것과 이자소득세를 물어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예금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시대에 들어섰다.
예금금리 하락으로 대출금리도 떨어지고 있지만 정작 돈을 써야 할 상당수 기업들은 대출을 받는 데 소극적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생산 감축에 돌입하면서 중소기업들도 감산에 들어갔다"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설비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돈이 필요없다고 말하는 경영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빌릴 만한 우량 기업들은 대출받는 것을 꺼리지만 자금 사정이 나빠 차입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은 돈을 빌리지 못해 아우성"이라며 "은행들이 기업 대출로 소화하지 못한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나 한은에 맡겨두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9~10월까지만 하더라도 한은에 일시적으로 맡겨두는 예치금(자금조정예금액)이 1조~2조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기피하며 한은에 돈을 재예치하는 것은 문제"라며 "자금조정예금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훈/박준동/유승호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