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에서 27일 열린 도배식(都拜式)에서 조규상 부촌장(86)이 캠코더로 행사를 촬영하고 있다. 조규상 할아버지는 설을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400년 넘게 마을 전통으로 내려온 도배식을 캠코더로 찍는 것이다. 정월 초이튿날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어르신께 세배를 하며 덕담을 주고받는 아름다운 풍습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게 늘 아쉬웠기 때문이다.

촬영하는 일을 젊은이들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조 부촌장은 모범을 보인다는 생각으로 손수 카메라를 잡는다. 갓 쓰고 도포 입은 마을사람들이 마을 회관에 속속 도착하자 할아버지의 손놀림도 바빠진다. 정년이 없다는 디지털 세상에서 조규상 할아버지는 다시 청년이 된 기분이다.

글=신경훈 영상정보부장 /사진=연합뉴스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