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불황 국면에 접어듦에 따라 우리나라의 작년 4분기 성장률이 3분기 대비 마이너스 5.6%를 기록했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도 4분기에 적자를 냈다. 정부는 심각한 불황 타개를 위해 청와대에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하고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불황 심화를 막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적 경제 불황의 골이 깊은 탓이기도 하지만,정부가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는 데 근본적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통상적인 불황 수준에 그칠 수 있었던 대공황도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가 상황 진단을 잘못하여 통화량을 대폭 감소시킴으로써 야기됐고,대공황으로부터 빠져나온 것도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 덕분이 아니라 통화량이 본래의 수준으로 회복됐기 때문이라는 통화주의자의 설명에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세계의 주요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선제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저금리 정책이 원인이 되어 빚어진 신용경색 문제를 다시 저금리 정책으로 풀어야 하는 고육지책의 상황을 보면 정부 정책의 한계를 잘 알 수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부가 너무 큰지,아니면 너무 작은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지 아닌지가 관건"이라고 말하면서 정부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역사적으로 큰 정부가 좋은 대안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별다르게 시사하는 바는 없다고 보여진다.

현재의 세계적 불황은 장기간 지속된 미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각 경제주체들이 착각을 일으키고,착각으로 야기된 시장 왜곡의 폭이 컸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황은 이런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과정이다. 왜곡이 깊은 만큼 시장이 본래의 모습으로 치유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재의 불황을 시장 탓으로 돌리면서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계기로 삼아서는 안 되며,왜곡된 시장이 바로잡히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에 중점에 두어야 한다. 당장 들끓는 여론에 밀려 시장에 깊숙이 개입한다면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력 집중 억제 명분으로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해 온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하고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입법 제안은 바람직하다. 경제력 집중이라는 낡은 개념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토지거래 허가지역 축소도 바람직하다. 물론 전면 폐지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다만 가격 하락으로 의미가 없어져 완화한다기보다는 토지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위한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장을 확대하고 작동을 원활하게 하여 국부를 증가시키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도 서둘러야 한다.

상황이 어려운 불황기에는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잦아들게 마련이다. 따라서 평시에는 어려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특히 기업 설립의 본질을 명확히 하고,이를 훼손하는 노동조합의 의미와 활동 범위를 재검토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작금의 불황에서 효과적으로 빠져나오는 길은 전방위적인 정부 개입이 아니라,정부 정책이나 규제로 억압됐던 시장이 제 모습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인기 있는 정책이 아니다. 그러나 인기 영합적인 미국의 주택 정책이 현재 불황의 원인이 되었음을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