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은행권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급락하고 있지만 신규 대출자에게는 금리 인하의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금리 급락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운용 수익을 웃돌면서 역마진이 발생하자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신용경색이 완화되면서 은행권으로 자금이 회귀하기 전까지는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속도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소비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대출금리 역대 최저..신규 대출엔 가산금리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이번 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72~5.22%로 지난주보다 0.02%포인트 떨어졌다.

작년 10월20일에 비해 석 달새 3.12%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2001년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출시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도 28일 기준 각각 3.86~5.16%와 3.76~5.06%로 지난주 초보다 0.03%포인트 하락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4.16~5.86%와 4.39~5.59%로 0.0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신규 대출자들에게는 고시금리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최저금리가 3%대이지만 4%대로 대출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며 담보가 좋고 신용도가 우수하더라도 5%대 초.중반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은 6%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은행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0.9~2.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추가해 고시금리를 결정하고 있지만 영업점에서 신규 대출자에게 적용하는 가산금리는 2.4~2.7%포인트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신규 고객에게 적용되는 대출금리는 5.36~5.66%로 최저금리가 고시금리보다 1.5%포인트나 높다.

신한은행도 0.8~2.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해 고시금리를 결정하고 있지만 신규 대출자에게는 2.5~2.7%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신규 대출자에게는 고시금리보다 0.5%포인트 가량 높게 적용하고 있다.

◇ 고금리 조달로 은행 역마진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들에 대한 가산금리를 인상한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시중 금리가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면서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작년 하반기 원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연 7%대의 특판 예금을 판매했으며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연 8%대의 하이브리드채와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최근 CD 금리 급락으로 이에 연동한 변동금리형 대출의 금리가 최저 3%대까지 떨어지면서 운용 수익이 조달 비용을 웃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D 금리는 작년 10월 말 6.1%였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급락세로 돌아섰으며 27일 현재 2.96%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CD 금리에 연동하지만 주택대출 재원 가운데 CD로 조달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한 실정이며 대부분 고금리 예금과 은행채를 통해 조달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CD 금리가 급락했다고 해서 단기 유동성인 CD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비중을 급격히 늘리기는 어렵다"며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영업점들이 손실 방지 차원에서 금리 우대를 최대한 줄이는 대신 신규 대출자들에게 가산금리를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시금리도 꿈틀..정책효과 제한적

은행들의 신규 대출자에 대한 가산금리 인상은 은행권으로 자금이 회귀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대출 고시금리를 인상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소비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시금리가 인상되면 신규 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기업은행은 이번 주 변동금리형 주택대출 금리를 4.65~5.95%로 고시해 지난주보다 0.05%포인트 높였으며 고정금리는 5.60~6.90%로 0.10%포인트 인상했다.

외환은행도 이달 초 고시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07%포인트 높였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작년 10월 말 우대금리를 0.30%포인트 낮추는 방식으로 최저금리를 높이기도 했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풀리면서 부동화된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대출금리 인하 속도를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