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 사이에서 때 아닌 대졸초임 축소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과 공기업의 대졸 초임을 낮춰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을 검토해보자"고 말한 뒤 정부가 이들 기관의 초임 연봉을 조사하면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기본급과 고정수당 외에 경영성과급,실적수당,보육비를 비롯한 복리후생비까지 사실상 고정급여 성격의 임금을 초임 산정시 제외하는 등 갖가지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 결과 평균임금은 높지만 대졸초임은 낮은,상후하박(上厚下薄)형의 기형적인 임금체계를 가진 공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요 공기업 32곳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대졸 초임은 3400만원이며 14위로 중위권 수준이지만 평균임금은 870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3위로 수직 상승한다. 산업은행의 경우 초임 랭킹은 10위(3600만원)이지만 평균임금은 9300만원에 육박하면서 2위를 차지했다. 한국방송광고공사도 9위(3600만원)에서 5위(8100만원)로 평균 연봉이 높은 기업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다.

반면 대졸 초임은 4300만원으로 공기업 중 1위에 오른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평균임금은 6100만원으로 17위까지 미끄러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초임 연봉은 3800만원으로 3위에 올랐지만 평균임금은 6400만원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방만경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공룡 공기업들이 대졸 초임까지 상식을 넘어설 정도라는 부담 때문에 가능한 숫자를 줄이려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전년도 실적을 기준으로 지급되는 경영평가 상여금이나 보육비,가족수당 등 신입사원이 받을 확률이 떨어지는 항목은 물론 교육비,교통비,각종 명목의 격려금 등 사실상 고정급여에 해당되는 수당까지 아예 산정기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축소보고가 가능한 것은 공기업마다 제각각인 복잡한 임금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본급과 고정수당 이외에 갖가지 체력단련,학업보조,노사화합 등 각종 명목으로 매년 지급되는 돈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가 얼마나 철저히 관철될지 주목된다.


이심기 경제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