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근 <서울노원구청장 lng5238@hanmail.net>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옥수수 모양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聖)가족 성당.1882년 시작해 지금까지 100년 넘게 공사 중이다. 이도 모자라 향후 100년이 더 걸린단다. 아마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4년간 작업하고도 완성하지 못한 채,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모나리자처럼 걸작을 위해서일 게다.

사실 미완의 이 성당은 지금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렇듯 두 작품은 장기간에 걸친 스토리텔링 및 콘텐츠가 담겨진 빼어난 것이어서 걸작으로 평가되며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서울시는 오는 7월 완공되는 광화문 광장에 세종 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2월 자문위원회를 거쳐 확정키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동상 건립은 공청회 등 충분한 토의 없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이다.

옛 육조 거리에 들어설 광화문 광장 조성 사업이야말로 서울은 물론 국가의 상징적 광장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이러한 민족의 대표 광장에 누구의 동상을 세울 것인지,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세종 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배치키로 한 것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두 차례 여론 조사를 통해서다. 사실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통한 여론 조사로는 자칫 포퓰리즘에 의한 인기 투표식 설문이 이뤄질 수 있다. 과정상 문제다. 즉 전문가 집단의 심도 있는 검토 및 공청회 등 사회 공론화 과정이 선행되고,주민 홍보를 통한 충분한 정보 제공으로 공감대 형성이 있은 연후에 했어야 순서가 맞다.

건립 동상은 첫째 역사적 가치,둘째 국민 교육적 가치,셋째 광화문과의 연고성 등에 합당한 인물이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 세종 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말고도 서울과 경복궁을 기획 설계했으며 삼봉길이 있는 현 종로구청 인근에 살던 삼봉 정도전도 있다. 이들을 포함해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들의 보다 폭넓은 인물 선정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 여론 조사의 수적 우위를 이유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배치 문제도 있다. 임금은 '천자남면' 사상에 의해 남쪽을 향하고 그 아래 문무백관(무인 서쪽,문인 동쪽)이 마주 보는 궁중 법도를 따라야 한다. 즉 삼각 배치다. 이는 역사의 중용미학(中庸美學)에서처럼 무인과 문인의 형평성 배치 및 균형감이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그대로 두고 뒤에 임금을 배치한다면,이는 엉덩이를 들이대고 있는 격으로 불충이다. 법도에 어긋난다. 같은 이유로 창덕궁을 배경으로 서 있던 민영환 동상이 조계사 앞으로 이전한 사례도 있다.

필자의 이 같은 주장은 대대손손 이어질 민족의 광장에 들어설 동상이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로 일을 그르쳐 훗날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다. 세월이 오래 걸려도 서두르지 않고 걸작을 일궈 내는 서구인들의 장인 정신을 되새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