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금융위기, 앞으로 2~3주가 고비...우리투자증권 ● 악재의 시작은 대규모 구제금융의 실패를 자인한 영국 유럽발 금융위기가 가능성에서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1월 중순 이후 4/4분기 실적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잠재되어 있었던 유럽 주요 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이 충격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그동안 선제적이면서도 적극적인 구제금융을 통해 금융위기 극복의 모델이 되어 왔던 ‘영국식 구제금융’(부실은행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한 국유화 조치를 의미)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영국 총리와 재무장관이 자국 의회에 보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7~18일 영국 브라운 총리와 관련 장관은 2008년 10월에 시행된 약 5,000억파운드(7,4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영국 의회에 보고하면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물론 영국 정부가 악재를 인지하고 추가적인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에서는 1) 상황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기에 7,400억달러를 퍼붓고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이냐는 의구심과, 2) 그렇다면 지난해 11월부터 부실자산인수프로그램(TARP)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도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영국, 덴마크에 이어 4/4분기 실적시즌을 전후로 금융권 손실이 확산되고 있는 유럽에서는 2차 구제금융안을 각국별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대책이 발표되는 속도보다 은행권 부실 노출 속도와 이로 인한 국가등급 하향 등의 악재가 더 빨리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나타난 금융구제책 및 리스크 요인 ▶ 영국: 19일 정부가 은행보유 부실자산에 대해 보증하는 2차 구제금융 발표 ▶ 아이슬란드: 앵글로 아이리쉬뱅크 국유화 ▶ 덴마크: 19일 180억달러 규모 은행 구제안 발표 ▶ 프랑스: 지난해 연말 상위 6개 은행에 대한 대출지원 결정 ▶ 스페인: 금융부실 및 경기침체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 유럽 금융주 실적발표, 앞으로 2~3주가 고비 당분간 유럽발 악재에 관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우선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들이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불거진 미국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손실은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유럽 쪽 리스크는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3~4년전부터 미국 모기지와 관련된 서브프라임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해왔다. 비록 반기 결산기업이 많다는 점에서 지난해 9~10월에는 의외로 조용하게(?) 넘어갔지만, 결산기 효과가 나타나는 1~2월에는 후폭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미지역 투자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부분도 유럽의 리스크와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이다. 북미 투자자들은 유럽이 과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가장 많이 상품화해서 판매한 것에 비해 의외로 부실규모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악재의 노출을 확인한 다음에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가도 이러한 변화를 선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미국증시보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지수변동에 민감해진 모습이다. 오바마 취임을 전후로 미국발 정책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드는 반면, 실적시즌을 전후로 불확실성이 높은 유럽 쪽으로 시각이 옮겨가고 있음은 국내외 증시 흐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관전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