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내놓는 신차들의 경연장인 모터쇼에서 자동차 마니아를 열광시키는 것은 단연 컨셉트 카다. 컨셉트 카는 머지않은 장래에 어떤 자동차가 새로 나오게 될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회사들은 보유 기술과 디자인 역량,미래 시장트렌드 예측 등을 최대한 반영해 컨셉트 카 출시에 심혈을 기울인다.

지난 11일부터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국제 오토쇼'(일명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내놓은 컨셉트 카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언론인과 자동차산업 종사자 그리고 일반 관람객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전기차로 향하는 친환경차 경쟁

올해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전시된 컨셉트 카들은 한결같이 저연비 · 친환경성을 앞세웠다. 특히 전기자동차들이 대거 출품돼 하이브리드카를 뒤이을 차세대 친환경차로 각광받았다.

이번 모터쇼에 출시된 전기차 컨셉트카는 이르면 1년 내,늦어도 2~3년 후에는 양산이 돼 세계 소비자들을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캐딜락 '컨버지' 컨셉트 카를 내놨다. 기존 고급스러운 외양의 캐딜락보다 한층 스포티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게 특징으로 2011년 양산될 예정이다. 배기가스 방출 없이 전기모터로 64㎞를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크라이슬러도 전기차인 '200C EV'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후륜 구동의 4인승 세단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7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64㎞까지는 순전히 전기 구동으로만 주행 가능하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심형 전기자동차인 'FT-EV 컨셉트'를 공개했다. 현재 일본에서 판매 중인 프리미엄 경차인 iQ 모델을 토대로 만든 초경량 전기차로 한 번 충전하면 80㎞까지 달릴 수 있다. 도요타는 2011년부터 FT-EV를 양산해 일본은 물론 북미시장에서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출시한 '컨셉트 블루제로(Concept BlueZERO)'는 친환경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B클래스 스타일을 보여주는 차다. 구동방식에 따라 E셀,F셀,E셀플러스 등 세 가지 모델이 있는데 이 가운데 E셀은 리튬이온전지로 구동된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메이커들은 청정 디젤엔진을 장착,연비를 한층 개선한 컨셉트카를 내놨다. 아우디가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한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백 컨셉트 카'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없앤 디젤 V6 3.0 TDI 엔진을 장착했다.

미국 50개 주의 환경 기준은 물론 2014년 발효 예정인 '유로 6 배기가스 기준'까지 충족하고 있다. 최고 225마력에 시속 100㎞까지 7초 이내에 주파한다.

폭스바겐이 내놓은 컨셉트카인 '블루스포츠'도 180마력의 클린디젤 TDI 엔진이 장착돼 연비가 23.26㎞/ℓ에 달한다. 질소산화물 저감 촉매 컨버터를 장착해 친환경성을 높였다.

BMW는 '컨셉트 X6 액티브하이브리드'와 '컨셉트 7시리즈 액티브하이브리드' 등 2종류의 하이브리드 컨셉트카를 출시했다. 각각 8기통 엔진과 전기 구동 장치를 갖고 있는 두 차는 올해 양산을 시작해 이르면 연말부터 북미 시장에서 판매될 계획이다.


◆전통은 가라…파격 디자인으로 승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는 친환경차 외에 다양한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시킨 컨셉트 카도 주목을 끌었다.

기아자동차는 쏘울을 기반으로 제작한 유틸리티 컨셉트카 '쏘울스터(Soul'ster)'를 공개했다. 올 상반기 북미 시장에서 판매되는 쏘울의 신차 붐 조성을 위해 제작된 이 차는 오프로더(험로 주행차량) 스타일이지만 미니 픽업으로도 손색없는 모습이다.

역동성과 스포티함을 가미한 독특한 디자인을 통해 '친구들과 야외활동을 즐기는 미국 신세대'의 감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인승의 편안한 좌석을 갖고 있으면서 필요할 때는 뒷좌석을 접어 넉넉한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볼보는 이 회사 세단의 미래를 보여줄 'S60 컨셉트카'를 출시했다. 기존의 각진 볼보 디자인에서 탈피한 새로운 볼보를 접할 수 있다. S60은 무엇보다 보행자 감지 시스템이 적용돼 눈길을 끌었다.

'충돌경고 및 자동제어시스템'과 보행자 감지 기능을 갖추고 있어 운전자가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도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된다. 시속 20㎞ 이하에서는 차와 보행자의 추돌을 예방하도록 도와주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추돌 때 속도를 최대한 감속시켜 보행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디트로이트=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