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차 지부가 임시대의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설 연휴가 지나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突入)하겠다는 것이다. 회사경영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나라경제도 바람앞의 등불 같은 상황인데 과연 제 정신으로 이런 짓을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노조가 파업을 강행하려는 것은 전주공장에서 올해부터 시범실시키로 한 주간연속 2교대 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회사측이 노사합의 사항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잔업 수당과 특근 수당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업체들의 근무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주문량이 하루 8시간 생산량에도 미달할 정도로 급감한 형편인데 새로운 근무시스템의 시행만 고집하는 것은 도무지 말이 안된다. 잔업수당과 특근수당 요구 또한 마찬가지다. 일감이 없어 잔업과 특근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무조건 수당을 달라고 떼를 쓴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번 파업결의는 조합원들의 의견조차 무시한 채 이뤄져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울산공장 등 생산현장에선 파업결의를 비난하는 대자보가 나붙는 등 노조집행부의 독선에 대한 반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 자체에 대한 공감대도 부족하다. 한길리서치 가 현대차 근로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제도를 '계획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38.8%에 불과했다. 파업결의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현대차노조 지도부는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당장 부품협력업체와 그 근로자들만 해도 도산과 실직의 공포에 떨며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해외업체들 또한 비상 상황에 처해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죽했으면 세계최고라는 도요타자동차까지 감산과 감원에 나서고 있겠는가.

지금은 노사가 한몸으로 똘똘 뭉쳐도 극복하기 힘든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위기상황이다. 현대차노조는 이제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리한 파업타령은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