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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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년)가 만든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는 '명품의 대명사'로 통한다. 신이 내린 소리로 유명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음악가라면 누구나 탐내는 명품 중 명품이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일컬어지는 예후디 메뉴인(1916~1999년)은 살아 생전 "위대한 바이올린은 살아 있는 생명체다. 모양은 장인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나무는 역대 소유자들의 역사나 영혼을 간직하고 있다. 나는 연주할 때마다 속박 당하는 영혼임을 느낀다"고 극찬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위대한 바이올린이 바로 스트라디바리우스다. 놀라운 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세월이 흐를수록 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17,18세기 명장들 이후 어떤 악기제작자도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동일한 음질을 내는 바이올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다른 바이올린과 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소리와 그 희소성으로 인해 2006년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스트라디바리우스 한 대가 354만달러(약 35억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최근 네덜란드 레이던대 연구팀이 의료장비인 컴퓨터단층촬영(CT) 장치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신비를 풀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해 화제가 됐었다. 이들은 CT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우스 등 수백년 전에 제작된 명품 바이올린 5대와 현대 바이올린 7대를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바이올린의 몸통을 구성하는 두 개의 나무판에 비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 바이올린은 가문비나무로 만든 앞판과 단풍나무로 만든 뒤판의 밀도 편차가 적었지만 현대 바이올린은 밀도가 균일하지 않았다. 반면 전반적인 윤곽이나 악기 표면에 칠한 니스,손가락으로 줄을 누르는 지판(指板) 등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소재인 나무의 재질과 나무가 자란 토양의 질,기후,'니스'라고 불리는 도료(varnish)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건을 동시에 갖추도록 허락한 '신의 작품'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수백년 간 풀리지 않았던 명품 바이올린의 미스터리가 비로소 '마스터(masterㆍ장인)'의 숨결이라는 결론이 난 셈이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크레모나에서 태어나 평생을 그곳에서 살면서 악기를 만들었다. 그가 94세까지 살면서 평생 동안 만든 바이올린은 1116대였고 그가 죽은 지 270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 남아 있는 건 600대 정도다. 그는 1700년대에 이미 품질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다. 안토니오는 독자적인 악기 제조방법을 개발하는 등 만족할 만한 음색을 얻기 위해 10년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품질혁신을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3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악기'라는 명성을 유지하게 만든 비결인 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들도 자기 분야에서 또 다른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품질혁신에 나서야 한다. 중소기업도 이제는 품질혁신을 대세로 받아들여야 한다. 품질혁신은 생산현장과 판매,구매 관리 등 전 영역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제품 불량률을 줄이고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품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각종 품질경영대회를 개최하는 등 기업들이 품질혁신을 이루도록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자체와 기업 등 여러 사회주체들이 민 · 관 구분 없이 품질에 방점을 찍고 나선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을 뚫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품질'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을 치닫는 세계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길은 품질혁신뿐이다. 일부에서는 품질이야말로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라고 말하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어려운 경제 환경이 국내 기업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수입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지만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전사적인 품질경영 혁신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는 일이 생존의 토대를 다지는 동시에 대기업과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