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위기 극복 방안으로 임금을 낮춰 고용을 유지하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이 대두하면서 주요 기업들이 일자리를 나누기 위한 다양한 방책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자기가 없는 가장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면서 잡 셰어링을 언급한 바 있어 이런 움직임은 계속 확산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임금 삭감과 임원들의 연봉 일부 자진 반납 등 고통 분담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수요가 감소한 차종의 생산라인에서 다른 차종을 만드는 혼류 생산방식을 도입하는 등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감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재 채용에 계속 나설 계획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 비용 줄여 일자리 나눈다 = 쌍용차는 법정 관리 신청과 함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순환 휴직을 통한 평균임금 50% 축소 지급, 향후 2년간 임금삭감을 노조와 협의해 시행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10%에서 최고 30%까지 임금을 줄여 인력 감원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와 함께 희망퇴직 시행, 승격/승호/채용 동결, 복지지원 잠정 중단 등을 통해 고정비 지출을 대폭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연봉 30%를 반납하기로 결의한 데 이어 이달부터는 생산직이 아닌 사무직 일반 사원들도 연봉을 같은 비율만큼 받지 않기로 했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연봉을 일부 반납하기로 한 것은 구조조정을 피하되 자체적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급여 부문 외에도 경영관련 비용을 줄이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상무보 이상 전 임원이 올해 급여 10%와 성과급 전액을 자진 반납하기로 했고 포스코는 최근 전 임원이 올해 연봉의 10%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결의했다.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양회는 구조조정 대신 전 임직원이 올 한해 임금의 10~3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대표이사는 30%, 임원 20%, 일반 사원은 10%의 임금을 줄인다.

회사 관계자는 "임금 반납은 서로 고통을 분담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라며 "상황이 더 심각해지면 장담할 수 없지만 아직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국내 유휴 인력이 1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잡 셰어링 방식을 도입해 일자리를 나누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은 보수를 삭감했고 직원들도 각종 복지혜택을 반납하고 최대한 휴가를 사용하며, 잔업을 줄이는 대신 교육 등을 늘리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

금융권의 경우 주택금융공사는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전 직원 임금을 동결했고 임원 보수도 기본 연봉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33∼46% 삭감했다.

국민은행의 모회사인 KB금융지주는 지주회사 회장과 사장, 국민은행장의 연봉을 20% 삭감했다.

신한은행은 은행장 20%, 임원과 본부장은 10%씩 연봉을 삭감했다.

◇ 효율적 배치로 인력 유지 =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12일 대형 RV차량 카니발을 생산하던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1공장에서 소형 승용 프라이드 혼류생산을 시작했다.

기아차는 생산 물량이 줄어든 카니발 라인에서 국내외 수요가 늘고 있는 소형차 프라이드를 생산함으로써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기아차는 대형 세단 오피러스도 올해 4월경부터 소하리 1공장에서 카니발, 프라이드와 함께 혼류생산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소하리 1공장을 RV, 소형승용, 대형승용 등 세 차종 혼류생산체제로 개편해 라인간 물량 균형을 맞추고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프라이드에 이어 포르테도 혼류생산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말 혼류생산 설비 공사를 위해 연말연시 장기 휴무에 들어갔던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은 기초설비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12일부터 생산을 재개했다.

한화그룹은 지원부서 인원 30%를 고객접점 영업현장으로 전진 배치하는 한편 직원 연차 사용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 '어려워도 새로 뽑는다' = 금융회사들은 올해 대학 졸업자나 예정자를 대상으로 인턴사원 6천600여명을 채용한다.

금융공기업은 전체 정원의 4.1%인 700여명을 채용하고 민간 금융회사는 5천900여명을 뽑는다.

은행 3천990명, 보험사 910명, 증권사 740명, 저축은행 등 나머지 제2금융권 300명이다.

산업은행도 올해 100여명, 기업은행은 200명 안팎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은 올해 모두 직원 임금을 동결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단기인턴십 650명과 장기인턴십 200명 등 총 850명을 선발하기로 하고 전형을 진행 중이다.

신한지주도 '대학생 장기 인턴 제도'를 운영한다.

자회사별 선발 인원은 신한은행 600명, 카드사 100명, 증권·생명보험사 각 50명, 제주은행 20명 등 총 820명이다.

이달 중 지원서 접수와 서류 전형을 거쳐 대상자를 선발한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임금 동결 및 명예퇴직(30명) 등으로 인건비와 경비를 절감하고 신입 직원과 청년 인턴을 확대 채용키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2월부터 시차를 두고 올해 전체 정원의 약 8%에 해당하는 60명의 대졸 인턴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일부 사원은 지방대학 출신 중에서 뽑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