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하는 서울 명동 상권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국내 패션업체들이 매출 부진에 비싼 임대료 부담으로 속속 명동을 떠나는 사이 '나이키''아디다스''푸마' 등 스포츠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명동 상권은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 매장,'자라''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스포츠 브랜드 매장이 3대 축을 형성하는 양상이다.

◆명동상권의 세대 교체

현재 명동에 입성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매장은 14곳에 달한다. 지난 11월 '컨버스' 글로벌스토어와 '뉴발란스' 매장이 문을 연 데 이어 12월엔 '푸마'의 컨셉트스토어,'아디다스' 퍼포먼스 2호점이 잇달아 오픈했다.

이달 31일에는 다양한 테스트가 가능한 첨단 장비와 서비스,인테리어를 갖춘 '아디다스' 퍼포먼스 1호점이 재개장한다.

명동에서만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각각 3개,'컨버스'가 2개 매장을 운영한다. '리복''K ·SWISS''SPRIS''오니츠카타이거' 등도 명동 매장을 갖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들의 확장과는 반대로 국내 패션 브랜드는 잇달아 매장을 접고 있다. 에이패션의 '폴햄''엠폴햄'과 신원의 4개 패션 브랜드가 지난해 명동에서 사라졌다.

캐주얼 '드레스 투킬'이 있던 자리에는 아디다스 2호점이 들어섰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명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출은 높지만 임대료가 강남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비싸 요즘 같은 불황엔 매장을 유지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스포츠 매장은 불황 몰라

이에 반해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은 임대료가 높지만 매출이 워낙 잘 나오는 데다 서울의 최대 상권인 만큼 홍보 효과도 커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푸마' 관계자는 "명동 매장은 매출이 압구정동의 두 배 이상이며 지난달엔 전 세계 푸마 매장 중 10위 안에 들 정도로 높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명동점도 매출이 압구정점의 2.5배에 달한다.

스포츠 브랜드는 주고객층이 불황에 둔감한 10~20대여서 아웃도어와 함께 '불황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품목이다. 때문에 캐주얼 수준의 패션성에다 기능성까지 갖춘 실용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라인 위주로 판매하는 '아디다스' 퍼포먼스 매장의 경우 지난달 매출 증가율이 30%를 훌쩍 넘었다. 기존 '자라''포에버21''갭''유니클로'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과 보완적으로 명동 유입 고객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