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은 정권 교체와 경기 침체를 계기로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한국 기업을 주도했던 경영자들을 후선으로 보내고 차기 10년을 이끌 경영진들을 속속 포진시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말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끝냈고,포스코를 비롯한 상당수 기업들은 새로운 CEO를 찾고 있다. 작년 인사를 사실상 건너뛰었던 삼성그룹도 CEO 새판짜기에 들어가 25명의 사장단을 물갈이했다. CEO 교체는 대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최근 헤드헌팅 회사에는 불황으로 경영 실적이 나빠진 중견기업들을 중심으로 CEO 추천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기업들이 찾고 있는 CEO는 어떤 사람들일까. 헤드헌팅회사 사장으로 일하다 보니 "요즈음 누가 CEO 후보로 주목받고 있느냐"거나 "헤드헌팅 회사들이 스카우트하고 싶은 CEO는 누구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혁신으로 기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현대카드의 정태영 사장과 LG생활건강의 차석용 사장을 떠올리곤 한다.

정 사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사위로 2003년 10월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이끌고 있다. 그는 취임 후 2년 만에 9000억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4500억원 흑자로 전환시켰고 다음해에는 7200여억원의 경상이익을 낳게 만들었다.

그는 국내 금융계에서는 유례가 없는 파격적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차별화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 단일 카드로는 최초로 6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했다. 전략적 집중을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그것도 최대한 빨리 추구하는 그의 경영 기법은 한국의 경영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차 사장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P&G 본사에 입사해 10년 만에 아시아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고,한국P&G와 해태제과 등의 CEO를 역임한 전문 경영인이다. 그는 2005년 1월 사장으로 취임한 후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 있던 LG생활건강에 전년 동기 대비 15분기 연속 영업이익 증가를 가져다 줬다. 또 코카콜라 음료를 인수한 뒤 4년 연속 적자였던 영업이익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창의적인 마케팅을 중시하는 그는 취임 직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화장품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성장 가능성이 없는 브랜드를 정리했다. 대신 고급 브랜드는 리뉴얼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강화했다.

두 CEO는 안정과 유지가 아니라 과감한 혁신을 통해 회사를 완전히 바꿔냈다. 불황에 시달리는 기업들에는 이런 CEO가 필요하다. 주주나 직원 모두 단순히 위기를 넘기는 게 아니라 도전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CEO를 원한다. 잘 찾아 보면 우리 주변에는 정태영 사장이나 차형석 사장처럼 반짝거리는 CEO 후보자들이 많다. 기왕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올 봄 최고의 혁신 전문가들이 발탁돼 주주와 직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커리어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