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미네르바' 등장 바라면서도 정부ㆍ네티즌 눈치보기
'미네르바'의 구속사건을 접한 포털업계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포털업계는 '제2의 미네르바'가 나와 지금의 뜨거운 토론게시판 열기를 이어가길 바라는 한편,네티즌과 정부로부터 이중으로 시달리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최고의 네티즌을 뽑는 '제3회 UCC 어워즈'에서 1위를 유보시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UCC 어워즈란 지난 한 해 동안 다음의 카페,블로그,아고라,만화 등의 코너에서 활약한 네티즌 중 투표를 통해 최고를 선정하는 이벤트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투표한 결과 아고라 부문에서는 미네르바가 7954표를 얻어 11.7%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4583표(6.8%)를 얻어 2위를 차지한 필명 'SDE'보다 두 배 가까운 지지를 받은 것.하지만 다음은 최종 수상자 발표 명단에 "아고라 부문은 최종후보의 게시글이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와 관련하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 부득이 발표를 유보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최고의 네티즌을 뽑으라 해놓고는 미네르바에게 1위를 주지 않은 건 다음이 너무 눈치를 보는 행동"이라며 "검찰의 요청에 미네르바의 개인정보를 넘긴 것도 모자라 이젠 시키지 않은 일까지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에선 "거짓말을 일삼아온 범죄자에게 상을 주는 건 말이 안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을 맡은 검사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네티즌 '큰-집'의 게시글이 삭제된 것도 논란거리다. 지난 13일 '그래 너희들도 마녀사냥을 해라!-나의 신상을 공개한다'라는 제목의 글을 비롯 '큰-집'이 올린 5건의 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신고에 의해 지난 15일 일괄 삭제된 것.서울중앙지법은 '큰-집'의 글이 명예훼손 게시물이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 2(정보의 삭제요청 등) 규정에 따라 삭제해 달라고 신청했다.

이에 다음은 해당 게시물 5건에 대해 30일간 임시접근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음 클린센터 측은 권리침해신고가 들어와 임시로 글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큰-집'은 '저에 대한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1단계)'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자신의 글이 삭제됐다는 다음의 공지글을 그대로 아고라에 올려놓는 등 강경한 입장을 표명해 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다음의 애매한 입장 표명과 네티즌들의 반발은 그동안 포털업계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고민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간 포털업계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토론이라는 순기능과 명예훼손,욕설 등이 오가는 역기능 사이에서 난색을 표해왔다. 네티즌들에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하는 한편,정부의 포털 규제 및 개인의 명예훼손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중의 난제에 처해있다는 것.한 포털업체 관계자는 "다음에서는 미네르바라는 한 논객으로 인해 아고라가 활성화돼 반색하는 한편 이로 인한 문제가 한 두 개가 아니라 내놓고 좋아할 수 없는 입장일 것"이라며 "제2의 미네르바가 나와 지금의 뜨거운 포털 논쟁을 이어가주길 바라는 게 포털업계가 말하지 못하는 내심"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