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최대 금융그룹인 포르티스(Fortis)의 광고 슬로건인 '오늘은 여기에 내일은 어디로' (Here today where tomorrow)만큼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요즘의 금융 환경을 잘 대변하는 문구는 없는 것 같다. 이 문구는 금융 난세에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이 회사의 글로벌 광고에 인용됐다.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대다수 은행들의 광고 문안이 '부자의 꿈을 실현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회사'라는 이미지 부각에 주력해 왔던 것과는 확실히 대별된다. 하지만 결국 포르티스도 리먼사태 이후 대규모 손실로 인해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국유화됐으니 '부중지어'(釜中之魚,삶아지는 것도 모르고 솥 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운명에 처할 줄 자신도 몰랐던 것이다.

요즘 신문지상에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경제기사 일색이다. 수 많은 경제학자와 금융전문가들도 금융위기의 터널을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9년은 투자 수익을 낼 기회가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올해는 경제상황에 비해 투자수익률은 나쁘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최근 금융잡지인 배런스(Barron's)에서 주식 애널리스트 1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전원이 올해 주가상승률이 10~20% 수준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상황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이지만 그동안 주가가 많이 하락했고 시중 유동성도 풍부해서 주식 투자하기는 나쁘지 않다는 견해다. 경기부양책 효과가 기대되는 하반기가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손실 위험을 기피하는 투자자라면 상반기에는 우량 회사채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최근 정책금리가 2.5%까지 하락함에 따라 은행 예금을 포함한 시중금리도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우량회사채 금리도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6~7%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은 편이다. 또한 주가연계증권(ELS)도 타이밍으로 볼 때 투자 매력도가 높다.

이외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한 투자 대상은 에너지와 농산물,금 등이 있다. 유가는 당분간 추가 하락할 여지가 많지만 생산원가와 신흥국가들의 수요를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도 충분히 조정을 받아 투자 위험이 많이 경감됐는데 특히 옥수수와 커피의 전망이 밝은 편이다.

또 지난해 비과세 고수익으로 거액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던 브라질 채권도 다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브라질 경제 상황이 양호한 편이고 전세계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10%가 넘는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으며 양국 간 조세협정으로 비과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투자 대상을 결정할 때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도 중요하지만 현재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가를 판단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침체로 인해 비관적 전망 일색이지만 저평가돼 있는 자산을 찾아 낼 수 있다면 괜찮은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장석훈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