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접대는 기본..병원 물품까지 제공

국내에서 영업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병원을 상대로 음성적인 리베이트를 제공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자사제품을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것을 대가로 의사 등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TV와 컴퓨터, 의료기기 등 병원 물품까지 대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천억 원 규모 리베이트 제공
15일 불공정거래행위로 공정위로부터 총 204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받은 7개 제약사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한국MSD,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릴리, 한국오츠카제약 등 굴지의 다국적 업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내 업체로는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이 제재를 받았다.

이들 업체는 식사접대와 제품설명회, 학회참석 경비 제공, 시판후 조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총 2천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병원 등에 제공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병원 의사 및 가족들에게 사냥, 관광, 숙박 등의 접대를 제공했고 대웅제약은 학회참석 주요 핵심 의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해외학회 참석시 비즈니스클래스 항공권을 제공했다.

한국MSD는 의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4등급으로 구분하고 각 그룹에 따라 판촉수단을 달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영향력이 크고 판촉에 민감한 그룹1에는 학회기부, 자문위원 위촉 등의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영향력이 크지만 지식지향적인 그룹2에는 임상시험과 심포지엄 등을 통해 지원하는 식이었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자사 제품인 '아빌리파이' 판촉을 위해 의사와 동반가족 총 109명을 초청해 정신과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행사경비 일체를 지원했다.

이 회사는 또 아빌리파이 월 처방금액이 300만원 이상인 의사 등을 대상으로 '아빌리파이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일본시찰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제약사들은 고급음식점에서 간호사와 병원행정직원들에게까지 식사를 접대하고 제품설명회 경비로 처리했고 일부 회사는 병원 회식비를 지원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대여해주기도 했다.

◇병원 물품까지 제공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병원 물품과 연구원 급여까지 지원하는 지극 정성을 보였다.

글락소스스미스클라인은 자사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컴퓨터, 심전도기, 실험용 기자재와 함께 병원이 채용하고 있는 연구원의 급여도 지원했다.

대웅제약은 의료기기와 진열대, 청소기, 조제봉투 등 병원비품을 제공했고 한국랠리는 거래처에 노트북컴퓨터, 프로젝터, TV, DVD플레이어, 냉장고, 공기청정기, 가구, 침대 등 살림살이 일체를 대줬다.

약사법상 시행의무가 없는 시판후 조사(PMS)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한국화이자제약와 한국랠리는 시행의무가 없는 시판후조사(PMS)를 '관찰연구'라는 이름으로 실시하면서 의사 등에게 임상연구비를 제공했고 한국오츠카제약은 자기제품의 단골의사들을 PMS를 통해 지원했다.

공정위는 2007년 10월에도 국내사를 중심으로 10개 제약사에 리베이트 제공행위로 총 19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2007년 조치대상 제약사들의 경우 현금지원, 골프접대 등 의사에 대한 직접적인 리베이트 행위가 다수였던 반면에 금번 조사대상 제약사들은 주로 제품설명회, 세미나 등 제품설명 및 판촉과정에서 지원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