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통해 인(仁)에 이를 수 있을까?

⊙ 나는 배우기만 할 뿐이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글도 깨치기 전에 외국인게게 영어를 배우고,초등학교 실기평가를 위해 뜀틀 과외도 받으며,대입을 위해 온갖 학원도 다닌다.

배움은 정말 끝이 없다.

대학에서도 취업 준비를 위해 또 배워야 하고,입사 후에도 배움을 접을 수 없다.

요즘은 리더가 되기 위한 습관이나 웃기는 법도 돈만 내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이런 배움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말하는 공자의 말은 여전히 낯설다.

우리는 그저 배우기만 할 뿐이다.

인간의 '지식'도 생물학적 형질처럼 유전을 통해 전달되었다면,세대가 바뀐다고 새롭게 배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지식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으니 우리는 배워야 알 수 있다.

'앎'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대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학적 앎',이를 응용하여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기술적 지식',살아가면서 체득해가는 '실천적 지혜'도 모두 앎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자가 생각한 앎이란 무엇일까?

⊙ 앎이란 골든벨을 울리는 것이 아니다

[실전 고전읽기] ③ 공자의「논어」(論語)
공자가 말하였다. "유야! 네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곧 아는 것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 기출논제 : 공자의 「논어」에 나타난 '앎'을 개념화하여 설명하고,현대사회에서 어떤 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논술하시오.(03 고려대 정시),(유사기출:05 서울대 예시문항,05 서울대 정시)

앎이란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여 양자를 혼돈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이는 진짜 무지(無知)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은 모르고 있지만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바로 그 상태를 알고 있는 셈이다.

현대인에게 앎은 세세한 지식의 축적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앎이란 골든벨에 도전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다.

공자가 말하는 앎은 과학적 · 도구적 지식과는 다르다.

공자의 앎은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적 앎이다.

이는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의 태도와 연관된다.

공자에게 앎으로 가는 과정 자체가 바로 '배움'이다.

배움은 실용적인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움을 행하는 사람의 실천적 태도가 중요하다.

공자의 배움은 인(仁)으로 집약되는 전인적 수양과정이다.

⊙ 난세(亂世) 극복하는 법

"새와 짐승들하고는 함께 떼지어 살 수 없으니 내가 이 세상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누구와 함께 한단 말인가? 천하에 정도가 행하여지면 나는 세상을 바꾸려 들지도 않을 것이다."

☞기출논제 :「논어」(論語)를 바탕으로 난세(亂世)를 살아가는 태도를 밝히고,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02 경희대 모의논술)

공자는 주나라가 쇠퇴하기 시작한 '춘추시대'를 살았다.

이 시대는 왕이 유명무실해진 틈을 타서 각지의 제후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혼란기였다.

난세를 극복하기 위해 공자가 내놓은 해결책은 힘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회복,바로 인(仁)의 회복이었다.

인(仁)이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형제간의 우애,타인에 대한 박애 등 사람의 도리를 의미한다.

공자는 인을 실천하기 위한 기본 덕목으로 효도(孝)와 우애(悌)를 들었다.

효제가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인의 본질을 충(忠)과 서(恕)라고 설명했다.

'충(忠)'이란 자신에 대해서 거짓 없이 성실한 것을 말한다.

'서(恕)'는 '내 마음(心)과 같이(如)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을 미루어 타인을 대한다는 뜻이다.

공자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극복하고 진정한 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의 최고의 경지가 바로 극기복례(克己復禮)이다.

진정한 예를 실천하려면 반드시 내면의 인을 바탕으로 행해야 한다.

인을 바탕으로 해야 예가 허례허식으로 변질되지 않는다.

또한 인의 실천을 위해서는 예(禮)라는 형식을 밟아야 한다.

예는 전통적 형식이며 사회규범적 성격을 갖는다.

⊙ 정의의 이름으로 범죄자를 숨겨준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동네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그의 아버지가 양을 훔치니 아들이 고발했습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우리 동네의 정직한 사람은 이와 다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서 숨겨주고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서 숨겨주니,거기에 정직이 있습니다(葉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子曰 吾黨之直者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기출 논제 : 제시문에는 공자(孔子)의 정의관 또는 도덕관이 드러나 있다. 이 관점을 비판하고,구체적 논거를 활용하여 공자의 입장을 변호해 보라.(07 서강대 수시2-2),(유사기출 : 03경희대 수시2)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아버지와 양 주인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

양 주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내 아버지라 할지라도 고발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공자는 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는 자신의 역할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했다.

개인은 많은 관계 속에서 마땅히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아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떠날 수 없다.

아버지의 죄를 숨겨주는 것, 즉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보다 아들의 역할에 충실한 것이 공자가 생각하는 정의다.

'나'의 정체성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여되는 역할에 따라 결정된다.

아버지를 고발하는 것은 아들의 역할에 반하므로 자신의 정체성이 깨진다.

애당초 개인을 자유롭게 표출한다는 것은 유교적인 생각이 아니다.

당시 사회에서 도덕과 사회구조는 동일한 것이었고 개인이 유기체적 사회질서에 따르는 것이 곧 정의다.

아들은 사회가 아들에게 부여한 자식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사회 안정에 기여했다.

각자의 역할과 신분에 따라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것이 '정명(正名)'이다.

공자는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德治)고 주장했다.

범죄자가 스스로 반성하지 않는다면 엄격한 형벌을 내리더라도 또다시 나쁜 짓을 저지르기 마련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들을 덕과 예로 교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으로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된다.

인과 예를 통해 도덕성을 회복하고,각자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하며,통치자가 백성을 덕으로 잘 다스릴 때 공자는 대동사회(大同社會)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 군자는 전문가가 아니다

"군자에게는 생각해야 할 아홉 가지가 있다. 볼 때는 분명하게 볼 것을 생각하고, 들을 때는 똑똑히 들을 것을 생각하고,얼굴빛이 온화한지를 생각하고,몸가짐은 공손한지를 생각하고,말은 진실할 것을 생각하고,일은 경건하게 할 것을 생각하고,의심나면 물어볼 것을 생각하고,분할 때는 나중에 어려운 일을 당할 것을 생각하고,이익을 얻었을 때는 의로운지를 생각한다(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기출논제 :「논어」에 담긴 사람의 행동과 심성에 대한 덕목을 찾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이상적인 인간형에 대하여 논술하시오.(06 경희대 수시1)

군자(君子)는 공자가 생각하는 이상적 인간상이다.

군자는 인(仁)의 원리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소인은 이로움을 좇지만 군자는 의로움(義)을 따른다.

의로움이란 올바름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다.

군자는 학식과 덕행을 겸해야 한다.

공자의 교육 목표는 완전한 인격의 완성이며 이 이상적 인격에 도달한 사람이 바로 군자다.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하였다.

종지에는 장을 담고 물잔에는 물을 담는다.

그릇은 각기 쓰임이 다르고 그 쓰임이 정해져 있기에 두루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군자의 배움은 그릇의 쓰임과 같아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전문 지식인은 공자가 말한 군자와는 차이가 있다.

현대 사회에서 학문 영역의 세분화되고 전문가 집단이 중요해지면서 공자가 말하는 인격적 자기 수양으로서의 '학문'이나 '군자'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전문성은 이익 추구를 위한 경쟁에서 앞서가게 만든 자본주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동양 사회가 전문성을 거부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성격을 떨쳐내지 못하고 근대사회로의 진입에 실패하였다고 평가하였다.

☞실전논제 :「논어」에 나타난 군자의 의미를 오늘날의 '전문가'와 비교하여 설명하고,군자가 현대사회에 갖는 의의를 논술하시오.

이은희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polaris11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