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택 회장 "CEO는 임기에 연연하지 말아야"…후진위해 길 터주기로
이 회장은 "최근 경영환경은 우리 모두에게 외환위기를 극복한 이상의 용기와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선 새 인물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있지만 CEO는 임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의 미래를 후배에게 맡기기 위해 물러난다는 뜻이다.
업계에선 이 회장이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물러난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회장직에 오른 이 회장은 2007년 봄 연임해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작년 말 시작된 검찰 수사로 이 회장이 자의반 타의반 퇴진하는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검찰은 포스코가 2005년 대구지방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를 받는 과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등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차기 회장이 선임되는 다음 달 27일 주주총회 당일 정식 은퇴한다.
포스코는 이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비상경영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철강 수요 감소와 원자재값 인상에 따라 경영 환경이 악화되자 이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이 갑작스레 사퇴 의사를 밝히자 회사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 내부에선 그러나 이 회장이 재임 기간에 밑으로부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경영 구도를 정착시켜 놨기 때문에,그가 사퇴하더라도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재길/장창민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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